저축은행 잇단 ‘M&A 불발’ 왜?
입력 2010-12-31 18:17
지난 한 해 금융권에서 관심을 모았던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구매자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팔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급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저축은행 ‘새 판짜기’는 새해에도 금융당국의 골머리를 앓게 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예나래저축은행(전 전일상호저축은행)의 매각 공고를 통해 2월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계획을 밝혔다. 예나래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약 6000억원이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21%다.
예보는 지난 8월 전일상호저축은행이 파산한 이후 지속적으로 클린화 작업을 해 온 만큼 조기 매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예나래저축은행은 기존 저축은행보다 더욱 강도 높은 부실 정리작업을 해 온 만큼 매각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예나래저축은행의 매각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겠지만 최근 업체들이 M&A에 나설 만큼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저축은행 인수를 적극적으로 타진하던 대부업체들의 시도도 대부분 무위로 돌아갔다. 러시앤캐시는 최근 중앙부산저축은행을 인수키로 하고 금융위원회에 승인 신청까지 했지만 결국 인수가격차이로 이를 철회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경기전망과 부실규모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이가 커 결국 딜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웰컴크레디트라인도 충북의 서일저축은행과 인수 협상 중이지만 역시 가격 절충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크고,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려던 메리츠종금의 시도도 결국엔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건설 경기 하락 등으로 저축은행의 인수 매력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M&A를 통한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무작정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리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현재 거품이 낀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면 M&A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