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원자재·곡물가… 연초 물가 ‘비상’

입력 2010-12-31 22:49

지난 한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신선식품 물가가 21.3%나 올라 체감물가를 크게 높인 데다 최근 유가 상승 등으로 12월 물가는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축산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새해 초부터 물가관리가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연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2.9% 상승, 정부 억제 목표치인 3% 내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농산물 등의 작황이 크게 나빠지면서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21.3% 올라 1994년 23.8%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무 가격은 98.1% 올라 거의 배가 됐고 배추(80.8%)도 급등했다.

특히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3.5%나 올라 11월(3.3%)에 이어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0월 4.1%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내리는 듯했던 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신선식품지수가 33.8%나 오른 데다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생활물가지수가 3.9% 오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국제 유가뿐 아니라 원당 등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이 모두 오름세라는 것이다. 이는 국내 물가를 자극하게 마련이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판매사인 SK가스는 1일부터 가정용 프로판 가스와 차량용 부탄가스의 충전소 공급가격을 각각 ㎏당 168원, 162원 올린다. 이에 따라 가정용 프로판 가스는 ㎏당 1292.80원에, 차량용 부탄가스는 1679.18원(ℓ당 980.64원)에 공급된다. 신선식품 가격도 폭설, 혹한 등의 기상요인 때문에 가격 인하 시점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과 AI 등 가축전염병의 여파도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 물가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당장 구제역으로 인한 (물가) 영향은 적어 보인다”면서 “그러나 상황에 따라 공급 측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