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가 본 2010년 우리 경제 “유례없는 북한 도발·배추 대란 때 가장 곤혹”
입력 2010-12-31 18:16
‘1월 취업애로계층 220만명 돌파→2월 경상수지 1년 만에 적자→3월 천안함 피격사건→4월 1분기 경제성장률 7년 만에 최고→5월 남유럽 재정위기 고조→6월 정부, “올해 성장률 6% 가능”→7월 기준금리 전격 인상→8월 미·중·일 경제지표 부진→9월 배추대란→10월 한·EU FTA 정식서명→11월 G20 정상회의와 연평도 피격→12월 구제역 확산.’
지난 한 해 우리 경제를 울고 웃게 했던 사건들이다. 경제 방향키를 쥐고 이들 변수의 파고를 넘어온 기획재정부 국장급 이상 관료들은 지난해 소회와 새해 전망을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살얼음을 밟는 듯 조심스럽다는 뜻으로 새해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천안함·연평도 북한발 악재 가장 곤혹”=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넘긴 베테랑 관료들도 북한발 돌출악재들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가장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관료는 외환시장 흐름을 지켜보는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이었다. 김 국장은 31일 “사상 유례없는 전투함 침몰과 민간인 사상 등의 상황은 경험한 적 없는 극단적 상황이라 당황했었다”라며 “그러나 시장참가자들이 포지션(매수·매도 거래)을 잘 지켜가면서 거래했기 때문에 잘 극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호인 차관보도 “북한 변수가 컸지만 경제적으로는 악재끼리 충돌하면서 중화된 측면도 있다”며 “문제는 내년으로 중국의 긴축과 유럽 재정난 등으로 각자 살길을 찾고 있어 우리도 국내적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 미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 경제성장률 관리보다 어려웠던 난관으로 배추대란을 꼽았다. 윤 국장은 “연초부터 준비했지만 기후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면서 서민에게 부담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성과로는 올해 경제성적표 가운데 6.1% 성장률보다 고용 31만개 늘렸다는 게 더 흡족하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 물가관리가 최대 난제”=새해 최대 난제로는 재정부 관료 다수가 물가를 꼽았다. 지난해 상반기 물가수준이 워낙 낮게 유지돼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커 보이는 기저효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박철규 기획조정실장은 “새해 들어 상반기 소비자물가 지수가 실제보다 더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 등과 겹칠 경우 시장의 심리가 물가상승을 이끌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종룡 제1차관은 “내년 거시안정 과제 가운데 물가문제와 성장에서의 서비스업 선진화가 중요하다”며 “이벤트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조민영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