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전망 새해경제 3가지 시나리오
입력 2010-12-31 18:16
매년 이맘때쯤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전망은 몇 가지 수치를 정해진 예측 모델에 입력하는 단순 작업에 기초한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전망이 유동적인 새해엔 상반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1년 세계 경제 전망을 3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했다.
①현상 유지=중국이 획기적인 수요 확대 정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새해에도 세계 경제의 회복은 서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과 가계의 지출이 줄고 미국의 소비 회복이 더딘 데다 유럽 국가들은 본격적인 허리띠 죄기에 들어간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70%.
이 경우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채권이나 주식 부동산 중 어느 곳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투자자에겐 수익이 돌아가겠지만 어느 쪽도 큰 손실을 입지는 않을 거라고 FT는 내다봤다.
②재앙=세계 경제를 떠받쳐온 것은 미국의 소비자였다. 소비를 뒷받침한 것은 대규모 재정 적자를 무릅쓴 미국 정부였고, 외국 채권투자가들이 미국 국채를 사들인 덕분이었다. 올해 미국 국채 발행이 실패할 경우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세계 경제는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부채 비율이 높은 유럽 국가와 일본도 위기에 빨려든다. 신용평가기관이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유지해도 요동치는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불가항력이다. 중국마저 거품이 빠지면서 급격히 추락할 수 있다. 가능성은 20%.
FT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채권 시장과 중국 경제”라며 “두 곳이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재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대반전=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한다면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중국 경제도 순항할 것이고 주식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다. 채권 투자가를 빼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시나리오이지만, 애석하게도 10%의 가능성뿐이다.
FT는 “미국의 주택 가격이 회복되고 증시의 주식 거래량이 늘면 회복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현상 유지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