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살아남기 급한 종편들 선정성 경쟁 흐를수도
입력 2010-12-31 18:10
(1) 무한경쟁 돌입한 미디어시장
2011년 미디어 분야는 전례 없는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은 더욱 다양해지고, 플랫폼이 늘어나는 만큼 콘텐츠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 빅뱅’의 도화선은 종편이다. 종편의 출발점은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의 중간쯤으로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처럼 뉴스, 오락, 스포츠 등 모든 분야를 다루지만 케이블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로 볼 수 있지만 기존 PP와 구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종합편성체제로 운영됐던 케이블 채널은 없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KBS MBC SBS 같은 채널이 4개 더 생기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볼거리가 양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종편 사업자 입장에서도 빨리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를 사로잡는 ‘킬러 콘텐츠’가 절실한 입장이다. SBS가 개국 초기에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 생길 종편이 당장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작 역량이나 노하우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길’보단 ‘쉬운 길’로 갈 우려도 있다. 일부 케이블 채널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려고 선정적인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만들었던 적도 있다.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종편 채널이 시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대중성이 보장된 내용들, 외설적이고 연예인 위주의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살아남는 게 급하기 때문에 기존 케이블 채널 이상의 품질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방송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상파의 반격도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지상파 다채널방송서비스(MMS)도입을 언급했다. 지상파 MMS가 도입되면 한 채널에서 여러 방송을 동시에 볼 수 있다. KBS1 채널에서 지상파 MMS가 적용되면 KBS 1-1, 1-2 등 여러 채널을 골라서 볼 수 있다. 한 채널에서 최대 4개까지 시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지상파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 때문에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논란이 일자 “지상파 MMS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유홍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 MMS도입은 지상파 독과점을 더 심화시키는 구조를 초래할 수 있어서 종편이 기도 못 펴고 망할 수 있다”면서 “방통위가 지상파 MMS 도입을 섣부르게 결정할지는 의문이다”라고 내다봤다.
급격한 모바일 환경 변화는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2009년 애플사의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1년 남짓한 사이 스마트폰 이용자는 700만명을 넘어섰다. 걸어다니며 TV를 시청하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여기에 갤럭시탭, 아이패드 등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형태가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보인다. 해외사례에서 보듯 신문의 경우 태블릿PC를 통해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를 도입한 지면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활력을 모색할 수 있다.
‘미디어 빅뱅’은 신문과 방송, 모바일이 별도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되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어느 쪽도 앞으로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각 미디어 사업 주체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무한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준엽 이선희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