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개각] 첫 여성 대법관 출신 김영란 권익위 내정자 “여성·소수자 권리 신장”
입력 2010-12-31 18:00
“사흘 전 미국에 가려고 비자까지 받았는데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았어요. 국민을 위해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계속 고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김영란(55)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는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위원장 자리를 갑작스럽게 제안받아 소감을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8월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 10월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에 임명됐지만 권익위원장에 임명돼 교수직은 휴직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 내정자는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교수로 가서 강의안을 만들려고 했는데 일이 이상하게 됐다”며 다소 당혹해했다. 그는 권익위원장직에 대해 “(청와대에서) 정치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고 법리적 테두리 안에서 하면 된다고 해 수락했다”면서 “권익위 일이 다른 기관과 중복되는 게 많아 어느 범위까지 할 수 있는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우리나라의 첫 여성 대법관이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과 뛰어난 재판능력으로 법조계에서 신망이 두텁다. 2004∼2010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를 신장시키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하고 학교의 종교행사 참석 강요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형제와 호주제에 반대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했다. 대법관을 그만둘 때는 이례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부산 출신으로 경기여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고 ‘정치 1번지’ 종로 선거구에서 첫 여성 선거관리위원장으로도 선임됐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여고·대학 동기로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남편은 검사 출신으로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