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개각] ‘왕의 남자들’ 5개월만에 귀환… 박형준·이동관, 사회·언론특보로 복귀
입력 2010-12-31 18:00
‘왕의 남자들’이 귀환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31일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복귀했다. 지난 7월 청와대 개편으로 물러난 지 5개월 만이다. 박형준·이동관 전 수석과 함께 ‘순장(殉葬) 3인방’으로 불렸던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은 지난 8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컴백한 상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임명 배경을 묻자 “두 사람이야말로 영원한 이명박 사람 아니냐”고 반문했다.
두 사람의 복귀는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 이 전 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 전 수석은 국민권익위원장에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두 사람을 장관 자리에 쓰기에는 부담이 컸다고 한다. 대신 이 대통령을 폭넓게 보좌할 수 있는 특보로 교통정리가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이 전 수석은 임기 후반기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남겨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물러난 뒤 정치특보를 지내다 장관에 발탁됐다.
사회특보와 언론특보의 역할은 일단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구상을 보좌하는 일을 하게 될 듯하다. 특히 박 전 수석은 대선 캠프 때부터 ‘큰 그림’을 잘 그리는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2년반 동안 이 대통령의 ‘입’ 노릇을 했던 이 전 수석도 정무·홍보 감각이 탁월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이 대통령이 두 사람을 다시 지근거리로 불러들인 것도 집권 후반기 이들의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회특보는 여러 민심 변화와 흐름을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특보가 아니라 사회특보로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언론특보는 종합편성채널 선정으로 내년부터 급변하게 될 각종 미디어 환경과 언론정책 등에 대한 조언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두 특보의 역할과 현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의 업무가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이들이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 기존 보좌 조직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특보 정치’가 또 다른 국정 혼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지방행정특보와 여성특보에 내정된 김진선 강원지사와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은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 등이 발탁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