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개각] MB맨 대거 전진배치… 임기 후반기 정면돌파
입력 2010-12-31 21:31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마지막 날 단행한 개각 및 청와대 인사는 집권 4년차 구상과 맥이 닿아 있다. 8·8 개각 이후 공석 중이거나 교체설이 나돌았던 자리에 일괄 인사가 이뤄졌다. 측근들을 대거 전진 배치함으로써, 임기 후반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감사원장, 지식경제부 장관, 사회특보, 언론특보 등에 청와대 전·현직 수석이 입성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내정자도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을 도운 ‘MB맨’들이다.
우선 2008년 6월부터 13개월간 청와대에서 일한 정동기 전 민정수석을 감사원장에 내정했다. 청와대 수석이 부총리급 헌법기관 수장인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내정자는 집권 후반기 흔들릴 수 있는 공직자들의 기강을 바로잡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 감사원이 정부 예산과 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외부 명망가’보다는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인물이 낫다는 논리가 청와대 내에서는 우세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 내정자가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당시 민정수석이었고,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부실 인사검증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점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병국 의원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발탁은 한나라당의 정치인 입각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경제수석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영전하는 최중경 내정자에게는 ‘대규모 세일즈’ 역할이 부여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지경부가 산업계를 컨트롤하는 역할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규제”라며 “앞으로 지경부 장관은 원전수주 등 대형 세일즈 업무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포인트는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내정자 발탁이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 인물들로 분류돼, 현 정부의 인재 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영란 내정자는 2004년 40대 나이에 최초 여성 대법관이 됐으며, 대법관 시절 소수자를 대변하는 의견을 많이 내왔다.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와 스타일이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김석동 내정자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여권에서도 “김석동 정도의 인물에게 ‘노무현 정권 때 잘나갔다’는 부역 딱지를 붙여서 안 쓰는 것은 손해”라는 얘기가 많았다. 이번에 그 족쇄가 풀린 셈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이 대통령에게 ‘전 정권 때 일했다는 이유로 훌륭한 공직자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연말에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과 관련, “대통령이 인사 요인을 마무리하고, 신년에 산뜻한 출발을 하기 위해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