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탄생과 소멸, ‘연애 실험’ 다큐로 생생히 보자… SBS 스페셜 ‘나는 한국인이다, 짝’

입력 2010-12-31 17:32


‘2010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짝’을 찾기 어려운 지 알 수 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家口)’가 400만을 넘어 전체 가구의 23.3%에 달한다. 황혼이혼 등으로 홀로 생활하는 노인이 많고,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독신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1980년까지만 해도 1인 가구가 4.5%였으니, 30년 사이 외톨이가 된 사람이 급증한 것이다.

‘짝’을 만나기가 왜 이리 힘들까. ‘SBS 스페셜-나는 한국인이다, 짝’은 사랑이 시작돼서 성숙하고, 깨지기까지의 과정을 3부작에 나눠 담았다. 2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1부 ‘짝의 탄생’은 결혼적령기의 20∼30대 남녀 12명의 동거기를 통해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지난해 1월 방영된 ‘SBS스페셜-출세만세’ 편에서 선보인 실험적 다큐멘터리 형식이 이번에도 도입됐다. 강화도에 한 민박집을 빌려 ‘애정촌’을 만들고, 12명의 출연자들은 이 곳에서 세상과 격리된 채 7박8일을 보낸다. 제작진은 이들이 오로지 연애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음식과 잠자리 등 생활 편의를 제공했다.

‘애정촌’ 실험에 참여한 출연자 면면은 화려하다. 명문가 자제, 꽃미남 모델, 미스코리아, 대기업 직원 등으로 배경과 성격, 외모가 각기 다른 출연진으로 구성됐다. 남자 7명과 여성 5명으로 성비를 달리했는데, 이는 ‘수컷들’이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쳐 사랑을 향한 감정이 뚜렷하게 표출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이 작품은 설정이 없는 ‘리얼 다큐멘터리’지만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한 남녀간의 긴장감 넘치는 탐색전과 사랑이 분출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돼 여느 멜로 드라마 못지않게 격정적이다. 형식 자체가 독특하고 흥미있다는 내부의 평가가 많아 SBS는 ‘연애 실험 다큐멘터리’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민인식 CP(책임 프로듀서)는 “일상에서는 일, 가족, 친구관계 등 다른 요소들 때문에 연애만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출연자들이 1주일간 사랑만을 생각하도록 환경을 조성했고, 그 결과 사랑에 대한 남녀의 생물학적 사회적 반응이 오롯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 방송으로 3쌍의 커플이 탄생했고, 현재 1쌍은 결혼까지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2부에서는 사랑을 갓 시작한 순간에서 시간의 테이프를 빨리 감아 50년 후의 상황으로 건너간다. 결혼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닭살 커플, 황혼에 이르러 남편이 아내를 살뜰히 챙기게 된 부부의 사연 등을 통해 젊은 때 결성된 ‘짝’이 세월을 견디며 성숙해 간 모습을 담는다.

3부 ‘좀비가 된 로맨티스트’는 이별을 이야기한다. ‘짝’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가 이별의 원인을 들어본다. 살벌한 사교육비, 과도한 업무 등으로 서로에게 점점 무관심해지고 사랑의 두근거림을 잊어버린 부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짝의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