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폭풍 우려되는 나눠먹기식 종편 선정
입력 2010-12-31 17:23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무더기로 선정했다. 종편채널 사업자에는 획득 점수 순으로 중앙일보(jTBC) 조선일보(CSTV) 동아일보(채널A) 매일경제(MBS) 등 4개 사업자를, 보도전문채널에는 연합뉴스(연합뉴스TV)를 단독으로 선정한 것이다. 노골적인 나눠먹기다. 미디어 시장의 전반적인 사정을 살피거나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탄생’이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탈락하는 사업자의 반발을 최소화하려 한 정치적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도 현재의 광고 시장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두 개 채널도 벅차다는 것이 그동안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었다.
종편 채널은 뉴스 드라마 교양 오락 스포츠 등 모든 장르의 방송물을 케이블 TV, 위성방송, IP TV 등을 통해 방송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민의 80% 이상이 케이블 TV나 위성 TV를 시청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파에 맞먹는 영향력을 갖는 방송이다. 하루 19시간으로 방송 시간을 제한받는 지상파와는 달리 24시간 종일 방송을 할 수 있고 중간광고도 허용되기 때문에 ‘정권 차원의 특혜’라고까지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파이가 정해져 있는 시장에서 갑자기 4개의 종편 채널 사업자가 등장한다면 ‘글로벌 미디어의 등장’이라는 정책 목표는 간 곳 없어지고 오히려 ‘미디어 시장의 재앙’을 우려해야 할 판이다.
나눠먹기식 선정의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선진당을 포함한 야당이 일제히 ‘사전 각본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청와대가 특정 언론사에 종편 채널 합격통보를 해줬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가장 큰 우려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존 언론사의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건전한 언론이 황폐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종편 채널 정책을 추진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아리송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하려고 1년 반을 끌어오면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켜 온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