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문화가 바뀐다] 찔끔휴가는 “NO” 연휴+α ‘나만의 황금연휴 달력’을 만들어라

입력 2010-12-31 17:08


휴가 문화도 점점 바뀌고 있다. 여름철 해수욕장이나 계곡 등으로 몰려가는 풍속도가 여전하지만 이런 천편일률적인 휴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장기휴가를 장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봄이나 가을 겨울 등 개인적으로 요긴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휴가를 가는 직장인들도 이젠 낯설지 않다.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평일을 휴일로 보장하는 대체휴일제 도입도 정치권에서 추진 중이다. 대체휴일제가 아니라도 당장 내년은 징검다리 연휴가 많아 직장인들의 마음을 벌써부터 들뜨게 한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실 김영주(47) 차장도 요즘 새해 달력만 보면 마냥 즐겁다. 2011년 새해의 공휴일(주5일 근무 기준)이 올해보다 4일 많은 116일이기 때문이다. 입사 19년차인 김 차장의 올 연차휴가는 24일. 여기에 공휴일을 포함하면 1년 365일의 3분의 1이 넘는 140일이 휴가나 다름없다. 김 차장을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은 올해는 달력에 ‘빨간 날’이 많아 설날과 어린이날을 포함한 황금연휴 기간도 대폭 늘었다는 사실.

하지만 김 차장은 CEO의 장기휴가 독려로 늘어난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생각하면 고민스럽다. 자칫 집에서 빈둥거리다 그 많은 휴일을 의미 없이 써버린 경험 때문이다.

고민 끝에 김 차장은 올해는 연차휴가 24일을 공휴일과 조합해 설날 황금연휴 9일(2월), 어린이날 황금연휴 11일(5월), 광복절 황금연휴 9일(8월), 추석 황금연휴 9일(9월), 개천절 황금연휴 9일(10월), 크리스마스 황금연휴 10일(12월) 등 ‘나만의 황금연휴 달력’을 설계했다.

여름휴가는 복잡한 성수기를 피해 조금은 한적한 8월 셋째 주 광복절 황금연휴로 대체했다. 그리고 황금연휴 기간 동안에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도 걸어보고 관광공사에서 발간한 장기휴가 여행안내서 ‘리프레시 여행’의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나만의 황금연휴 달력을 만들어라

한국인의 휴가일수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다. 국회에 계류 중인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실제 유급휴가일수도 선진국과 맞먹는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의 ‘2008년 국민여행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65.2%가 아직도 여가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직된 직장 분위기로 휴일을 2∼3일씩 분산 사용함으로써 의미 있는 여가를 보내지 못한 때문이다.

늘어난 공휴일을 100배 즐기려면 먼저 ‘나만의 황금연휴 달력’을 만들어야 한다. 연차휴가를 3∼4일씩 쪼개 공휴일과 조합하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다. 이 황금연휴를 이용해 국내외 여행을 가거나 의미 있는 일에 투자한다면 삶의 질은 자연히 향상된다.

올해 최대 황금연휴는 설날연휴다. 설연휴는 3일이지만 토·일요일과 이어져 5일을 쉴 수 있다. 하지만 이틀을 휴가내면 설연휴는 최대 9일로 늘어난다. 추석연휴도 토요일을 포함해 4일이지만 사흘 휴가를 내면 최대 9일 동안 장기휴가를 즐길 수 있다.

◇국토 속살에 발자국을 새겨라

7일 이상 장기휴가를 보내는 데 걷기만큼 의미 있는 여행은 없다. 길을 걷다 만나는 풀 한 포기, 돌부리 하나에도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걷기 여행은 비용도 적게 들고 건강에도 좋다. 해당 지자체의 홈페이지에 코스 등 상세한 여행정보가 있는 데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즉석에서 길을 찾고 숙식도 예약할 수 있다.

걷기 여행의 대표주자는 제주 올레길로 2007년 9월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까지 22개 코스 350여㎞가 개설되어 있다. 제주 올레길은 시흥(始興)에서 종달(終達)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리는 세계적 트레킹 명소로 하루에 두세 코스를 걸을 수 있다.

제주 올레길에 버금가는 지리산 둘레길은 현재 남원에서 함양을 거쳐 산청까지 9개 코스가 개설되어 있다. 이밖에도 강원도의 산소길과 서울의 북한산 둘레길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일정의 걷기 코스를 개발하고 있어 휴가 일정에 맞게 맞춤형 걷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성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는 옛길과 역사적 상징성이 높은 역사길로 현재 17개 코스가 선을 보였다. 이 중 전남 해남의 땅끝길(총 연장 48㎞), 충북 괴산·충주와 경북 문경에 걸쳐있는 ‘새재 넘어 소조령길’(36㎞), 강원 강릉·평창의 ‘대관령 너머길’(48㎞)은 각각 삼남대로, 영남대로, 관동대로 구간의 옛길이다.

또 충무공 이순신이 백의종군했던 경남 산청과 하동의 백의종군로(18㎞), 몽촌토성과 남한산성을 잇는 수도권의 대표적 역사문화길인 ‘토성산성 어울길’(19.6㎞),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철원의 ‘쇠둘레 평화누리길’(27㎞)은 역사적 상징성이 높은 길이다.

한려수도를 조망하며 통영 예술인들의 흔적을 만나는 ‘토영 이야∼길’(25㎞)과 남해의 가천다랭이 마을에서 동대만 갯벌을 잇는 ‘남해 바래길’(55㎞)은 예술문화 체험의 테마가 중시된 길. 완도 청산도의 청산유수길(19.4㎞)과 신안 증도의 ‘증도 모실길’(42.7㎞)은 슬로시티를 체험하는 길이다.

이밖에도 ‘소백산 자락길’(99.7㎞), ‘강화 나들길’(132.5㎞), ‘정약용 남도유배길’(55㎞), 영덕 블루로드를 비롯한 ‘동해 트레일’(64㎞), 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 토지길’(31㎞), 고창 질마재길(43㎞), 남한강을 따라가는 역사문화체험길(55㎞) 등이 개설되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아름다운 강변길 13개 코스도 가족과 함께 걷기에 좋다.

◇‘리프레시 여행’ 그대로 따라하기

한국관광공사가 장기휴가 캠페인 차원에서 발간한 ‘리프레시 여행’은 초보자를 위한 맞춤형 여행안내서. ‘두발로’ ‘두 바퀴로’ ‘오토캠핑’ ‘네 바퀴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할 수 있도록 전국 관광지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리프레시 여행’의 특징은 날짜는 물론 시간대별로 꼼꼼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두 페이지에 걸쳐 데일리 스케줄을 지도와 함께 소개한다는 점. 뿐만 아니라 맛집, 숙박, 쇼핑, 관광지 등 상세 정보를 사진과 함께 제공해 초보여행자도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 판매본이 아니라 관광공사 관광포털사이트(www.visitkorea.or.kr)에서 e북 형태로 볼 수 있다.

전남 순천의 선암사, 송광사, 낙안읍성, 순천만과 구례의 화엄사, 지리산 노고단, 운조루 등을 기차와 도보를 이용해 돌아보는 코스와 자전거를 타고 해남 땅끝마을에서 완도, 강진, 보성, 고흥, 순천, 여수, 광양, 남해, 고성, 통영, 거제, 진해, 부산을 돌아보는 남해안 비경 투어 코스가 인기.

시흥∼당진∼태안∼보령∼서천∼군산∼부안∼고창∼영광∼신안∼무안∼목포∼진도로 이어지는 서남해안 자전거 여행, 양양∼평창∼동해의 오토캠핑장에서 즐기는 캠핑여행, 렌터카를 타고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느릿느릿 둘러보는 드라이브 여행도 추천할 만하다.

◇어떻게 가고 어디서 자나

여행자들의 최대 고민은 여행지에서의 이동수단과 숙박문제이다. 이동수단은 도보여행, 자전거여행, 자동차여행 등 여행의 목적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여행계획을 짤 때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 편을 꼼꼼하게 챙기면 큰 어려움은 없다. 문제는 숙박장소이다.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리조트와 펜션은 숙박료도 만만찮지만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전국 120여개에 이르는 자연휴양림의 숲속의집을 이용해보자. 숙박료가 저렴한 데다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곳에 위치해 휴식을 취하기에 알맞다. 단, 경쟁률이 높으므로 사전에 예약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도시에서 숙박한다면 베니키아 체인 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베니키아는 우수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중저가 관광호텔의 체인 브랜드 명으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체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 숙박료의 거품을 제거한 게 특징으로 전국적으로 43개 관광호텔이 가입되어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굿스테이도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숙박업소. 굿스테이는 모텔 등 중저가 숙박시설로 표준화된 시설과 서비스, 온라인 예약, 프런트 및 주차장 개방, 요금표를 게시한 업소로 작년 말 현재 234개 업소가 굿스테이로 지정되어 있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