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판이 바뀐다] 힘받는 동북아 안보협의체 창설 논의
입력 2010-12-31 17:36
동북아시아지역엔 각종 안보 불안요인이나 첨예한 이해갈등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이를 상시적으로 논의할 정부 간 다자 안보협의체가 없다. 최근 북한 도발과 관련해 침묵해 버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한계를 보듯이 역내 논의기구 창설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동북아시아안보협력기구(Northeast Asia Security Organization·가칭)’ 창설 시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장 심각한 건 영토분쟁이다. 한·일 간 독도, 중·일 간 센카쿠열도, 러·일 간 쿠릴열도 분쟁이 존재한다. 북한 주장이지만 남북 간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있다. 영토문제인 데다 엄청난 해양·수산자원이 걸린 문제라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북핵 문제는 동북아 국가들의 최대 골칫거리다. 1994년부터 6자회담 틀 속에서 논의해 왔지만, 여전히 역내 긴장을 야기하는 난제다.
이 밖에도 중국과 일본의 군사 대국화, 시베리아 횡단 철도 및 가스관 연결 사업, 기후 및 환경 분야 공조 등도 있다. 하지만 논의 틀이 없다보니 분쟁 발발 때마다 당사국들은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기 일쑤였다.
러시아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동북아 6개국과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미국-일본-한국, 중국-러시아-북한의 대립 구도가 원인이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은 과거사 문제로 일본을 꺼렸고,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다자보다는 양자 안보협의에 무게를 실어온 게 사실이다.
이제는 동북아에도 다자 안보협의체를 창설할 토대가 상당히 성숙됐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한·중·일 3국 간 협력을 위한 상설 협력사무국이 2011년 공식 출범한다. 3국의 정상은 한국에 사무국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한 외교전문가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국격이 높아진 한국으로선 동북아 다자 안보협의체를 창설해 사무국을 유치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며 “한반도 안정을 넘어 통일 대비를 위한 틀로서도 유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동북아 다자 안보협의체 창설에 가장 적극적이다. 한반도에서 주요 2개국(G2·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좌시할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일본도 찬성이다. 중국 역시 북한을 계속 두둔하기엔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