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대 세상이 바뀐다] ‘고함지르기’ 앱으로 기상… 지하철서 기사 스크랩·팩스 전송

입력 2010-12-31 17:07


‘당신은 스마트폰을 쓰느냐’고 물을 때는 지났다. 각종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쏟아져 나오면서 화제는 ‘어떻게 쓰느냐’로 옮겨졌다. 핵심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이다. 본보가 만난 스마트 기기 이용자들은 직업과 흥미에 맞춰 다양한 앱을 활용하고 있었다. 그들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김윤지(24)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연구소 조교

아침마다 애플사 스마트폰 아이폰4에 고함을 지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알람 앱 ‘웨이크업’으로 울리도록 한 자명종이 큰소리를 들어야 멈추는 탓이다. 소리 지르기는 잠깨는 데 즉효다.

출근 직전 메모장 앱 ‘어썸노트’로 일과를 점검한다. 아이폰을 쓰기 전까지 웬만한 일은 그냥 잊었다. 가방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는 게 번거로웠다. 지금은 사소한 일도 놓치지 않는다.

서울 공릉동 사무실에 와서야 개봉동 집 컴퓨터에 주요 자료를 놓고 온 사실을 알아챘다. 집 컴퓨터와 연결된 인터넷 파일 저장소 ‘유클라우드’에 아이폰으로 접속했다. 자료를 내려 받을 수 있었다.

점심식사 시간. 학교 식당까지 내려가는 게 귀찮다. 아이폰에서 ‘배달의 민족’을 눌렀다. 가까운 음식점을 보여주고 주문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이다. 일부 주문 전화는 무료다.

사무실 칠판에 적힌 내용이 회의 시간에 필요했다. 종이에 옮겨 적을 여유가 없었다. 스캐너 대용 앱 ‘지니어스 스캔’을 이용했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감쪽같이 문서로 바뀌었다.

회의 중 학생에게서 인성검사결과집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바쁘지만 그냥 돌려보낼 수 없는 노릇이다. 회의실에서 아이폰으로 연구소 컴퓨터에 접속했다. 자료를 찾아 학생 이메일로 전송했다.

퇴근 후 지하철 객차 안에서 극장 앱으로 영화 관람권을 예매했다. 극장 인근에서는 ‘아이쿠폰’으로 할인 혜택이 있는 식당을 찾았다. 친구에게 무료 대화 앱 ‘카카오톡’으로 장소를 알렸다.

#손제노(28) 미래에셋생명 제우스사업부 수석재무컨설턴트

애플사 태블릿PC 아이패드와 아이폰3G를 쓰고 있다. 서울 진관동 집에서 역삼동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금융 정보 앱 ‘증권통’으로 증권가 동향을 파악한다. 현안별 고객 반응은 트위터에서 확인한다.

뉴스 앱으로 경제 기사를 읽는다. 유용한 정보는 갈무리해서 고객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예전에는 가위로 오린 기사를 복사해 한 뭉치씩 들고 다녔다. 지금은 스마트 기기 하나로 충분하다.

사무실 컴퓨터를 켜니 아이폰에 적어 둔 일정과 구상들이 화면에 뜬다. 컴퓨터에 저장한 메모도 아이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한 기기처럼 쓰는 것이다.

외근 중 고객이 서류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전화했다. 사무실로 달려가면 하수다. 문서를 팩스로 전송하는 앱이 있다. 보험증서, 투자거래명세서 등 웬만한 문서는 아이폰에 넣어 다닌다.

거래처로 가는 길에 아이폰이 울렸다. 인터넷 메신저로 누군가 말을 걸어온 것이다. 고객 상담이 잦은 직업이어서 아이폰으로 늘 메신저에 접속해 있다. 24시간 실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밤마다 명함을 정리한다. 명함 관리 앱을 사용하면서 글자를 입력하는 수고를 덜었다. 아이폰으로 명함을 촬영하면 이름과 전화번호, 직장명, 이메일 주소 등을 자동으로 골라 저장해 준다.

#한송이(25) 광고대행사 ‘이노버스’ 마케팅본부 대리

아이폰3G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깨면 기상예보 앱 ‘웨더스타’로 하루 날씨를 본다. 날씨에 맞춰 외출 준비를 마치고 ‘서울버스’ 앱으로 서울 명일동 집 앞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확인한다.

강남 신사동 회사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고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읽는다. 아이폰을 사용한 뒤로 무가지를 거의 보지 않는다. 거의 모든 기사를 언론사별 뉴스 앱으로 볼 수 있다.

문자메시지보다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대화한다. 글자 수 제한이 없고 사진과 음악을 전송할 수 있는 데다 무료다. 사무실 밖에서는 광고주 등 고객과도 카카오톡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회사에 도착하면 아이폰에서 인터넷 메신저 앱 ‘야머’를 누른다. 야머에서는 같은 이메일 계정을 쓰는 직원이 한 무리로 분류된다. 직원 이름만 선택하면 어디서든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고객에게 연말 선물을 보내면서 정사각형 바코드 ‘큐알(QR)코드’를 부착했다. ‘에그몬’ 등 QR코드 인식 앱으로 촬영하면 직원들이 ‘내년에도 함께 잘해보자’는 내용으로 찍은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쓰는 친구와 무료 인터넷 전화 앱 ‘바이버’로 통화했다.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이폰에서 ‘윙스푼’으로 ‘맛집’을 검색하고 ‘코코펀’으로 할인권을 내려 받았다.

귀가해 잘 준비를 마쳤다. 국내 라디오 채널을 모아 놓은 앱 ‘R2’를 켰다. 라디오 진행자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다 잠들 참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전화로 돌아가는 건 상상도 못하겠다.

글·사진=강창욱 이용상 임세정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