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판이 바뀐다] 개헌 미련 與 “상반기 논의 시도”
입력 2010-12-31 16:49
지난해 여야는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시기와 절차, 추진 배경 등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상반기까지는 개헌논의를 다시 한번 시도해 본다는 입장이다.
여권 개헌론의 중심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특임장관 취임 이후 줄곧 “한국 정치의 지력이 다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나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개헌 가능 시점도 지난해 말에서 올 6월로 늦췄다. 하지만 야당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무작정 추진하기에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60일이면 (개헌안 발의와 국회 의결이) 충분하다”면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빨리 털어야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개헌은 ‘미끼’고 정작 청와대의 의중은 이미 ‘행정구역 및 선거구제 개편’으로 넘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것을 건의했다.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고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영·호남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해 지역주의 해소를 꾀하자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의 전제조건이 되는 행정구역 개편도 추진 중이다.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도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시·광역시 개편, 도(道)의 지위와 기능 재정립, 시·군·구의 통합·광역화 등을 대통령 직속 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다루는 게 특별법의 골자다. 이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현재) 행정구역은 110년 전의 것으로 국가가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구역 및 선거구 개편도 개헌만큼 쉽지 않다. 선거구가 개편되면 당장 지역구가 없어질지 모르는 현역의원들이 찬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중 하나라도 성공할지 아니면, ‘소문만 무성한 잔칫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