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는 사람들] (1) 김현성 공공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 2010-12-31 16:50


‘1트윗=1원’ e세상에 나눔바이러스 전파한다

김현성(39) 공공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에게 숫자 ‘1’은 나눔과 동의어다. 2009년 9월 28일, 그는 140자 단문 메시지 서비스인 트위터에 글을 하나 올렸다. 1년간 각자 트위터에 올린 글의 숫자에 곱하기 1원을 해서 어려운 이웃에 쓰도록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게 어떠냐는 취지였다.

순식간에 참가자가 불어났다. 그해 말, 석 달 만에 600명이 넘는 트위터리언(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의 제안대로 자선단체의 지정 계좌에 도착한 모금액의 총계는 800여만원이다. 2010년에도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했다. ‘트윗나눔(www.twitnanum.org)’이란 정식 홈페이지까지 개설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린 횟수에 1원이든 10원이든 100원이든 1000원이든 얼마를 곱할지는 전적으로 트위터리언의 자유다. 기부액도 트위터리언이 직접 아름다운재단,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지정 계좌에 스스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김 소장은 이 과정에서 ‘1트윗(트위터에 글을 한 번 올리는 행위)=1원’이란 공식과 빈곤 아동을 위한 기부처를 트위터리언에게 소개하는 역할만 했다. 연말이면 대기업들이 수백억원씩 내놓는 성금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이렇게 그는 불특정 다수와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선한 마음이 담긴 ‘1원의 행복’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방배동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 소장은 “1트윗=1원은 상징이다. 기부와 나눔의 장벽을 확 내려주는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름다운재단이 10주년을 맞이해 수여하는 특별상을 수상했다. 상패에는 “발전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따듯하고 창의적인 나눔의 모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나눔의 길을 열어주신 트윗나눔 김현성님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라고 적혀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이라도 내딛도록 도운 그의 아이디어를 재단 측이 높이 산 것이다.

그의 말대로 숫자 ‘1’은 나눔의 문턱을 낮춰주는 마법을 부린다. ‘누구나’,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김 소장의 나눔 이력 자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는 2000년 자신의 결혼식 축의금 1%를 아름다운재단에 1호로 기부해 화제가 됐던 바 있다. 전남 담양 출신으로 군민회관을 빌려 시골 어른들과 함께 조촐하게 치른 결혼식이었다. 김 소장은 “결혼은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인데 무언가 의미 있는 첫출발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혼 전에 축의금 1% 기부를 약정하고 이를 실행해 30만원을 내놓았다.

1% 나눔으로 출발한 결혼생활은 이후 월급 1% 기부, 아들 돌잔치 축의금 1% 기부로 이어졌다. 김 소장은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재능 기부를 생각했다. 당시 그가 일하던 금강기획 공공캠페인 팀장직을 이용해 ‘1개월마다 1개씩’ 무료로 아름다운재단의 공익 캠페인 광고를 만들어주는 일을 했다.

김 소장은 기업 마케팅과 홍보 대행이 주류인 광고업계에서 유일하게 공공 분야 수주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광고가 마케팅 수단이 아닌 사회 갈등의 해결 과정으로서 활용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08년 기존 광고기획사를 나와 설립한 것이 국내 유일의 공공영역 전문 기획업체인 ‘유브레인커뮤니케이션즈’다.

김 소장은 ‘트윗나눔’ 활동을 하며 트위터의 힘을 재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18일 트윗나눔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할 때도 장소 문제를 트위터에 호소했는데 실시간으로 해결책이 나왔다. ‘사우나킴(@saunakim)’으로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김철균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의 도움으로 서울 광화문 한국정보화진흥원 강당에서 모임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다. 김 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집단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의 위력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김 소장도 어떻게 하면 보다 포괄적인 SNS 체제를 구축해 나눔으로 연결시킬까 고민하고 있다.

김 소장은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해야 나눔도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많이 받았고, 내가 많이 가졌음을 느끼는 데서 남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 ‘캔디즘’이다. 그는 캔디즘이 유브레인과 연구소 식구들의 창업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만화영화의 주인공인 캔디 이야기입니다. 들장미 소녀 캔디가 어느 날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오른발을 다쳤습니다. 그때 캔디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왼발이 있어서 다행이야.’ 소위 ‘다행이야’ 정신입니다. 초긍정의 정신입니다. 문제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을 긍정하고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나눔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나눌 수 없습니다. 행복해야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