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대 세상이 바뀐다] 대중과 실시간 소통 “21세기형 직접 민주주의 시작”

입력 2010-12-31 17:14


#1.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트위터에 “잠시 후 인사위원회 심의 후 발표 예정입니다”라는 글을 띄웠다. 당 사무처 인사 1보를 트위터를 통해 알린 것이다.

#2. 지난해 11월 15일 ‘민간인 사찰’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오자 기자들은 일제히 사찰 피해자였던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 의원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판결에 대한 입장을 트위터에 올렸다”는 문자가 돌아왔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국내 정치 문화가 바뀌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이미 정치인의 필수 소통도구가 됐다. 정치인들이 언론을 통하지 않고 SNS로 실시간 대중과 직접 만나면서 ‘21세기형 직접 민주주의’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SNS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다. 당시 천안함 사태라는 대형 안보 이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압승한 배경 중 하나가 SNS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선거 당일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투표를 증명하는 이른바 ‘인증샷’을 트위터에 경쟁적으로 올렸고, 이런 분위기가 오후 들어 투표율 급증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가 만든 첫 대통령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뜨뜻미지근했던 정치인들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제2의 오바마’를 꿈꾸며 스마트폰을 앞다퉈 장만하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은 주로 현안이 있을 경우 그때그때 SNS를 통해 짧은 단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은 거의 매일 빠짐없이 수건에서 많게는 수십건씩 글을 올리는 ‘현장 생중계형’이다.

SNS 세상에서 정치인들이 단순히 정치 현안만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넋두리, 소소하고 인간적인 모습까지 공유하는 등 감성을 무기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원들 대부분은 ‘오늘 무엇을 했어요’ 정도의 글을 올리는 ‘일기형’에 머물고 있다. 적극 활용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셈이다. 지난 9월 한나라당에선 ‘트위터 한나라당 창당식’을 가지며 20·30대와 소통에 나섰지만 행사장에서 지도부 대부분은 어떻게 트위터를 이용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SNS가 정치인 설화의 진원지가 되기도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9월 수해로 서울 여러 지역이 피해를 당한 가운데 한강 풍경을 두고 “환상적이었다”고 표현하고, 송영길 인천시장은 연평도 포격 사건이 우리 군의 호국훈련에 자극받아 벌어졌다고 시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SNS 의존도나 활용도는 2011년에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에서조차 ‘SN PARTY(소셜네트워크 정당)’ 변신을 도모하고 나설 정도다. 선진당 지상욱 미래혁신특별위원은 “전 당원의 SNS 계정 가입을 통해 지역 조직이 없는 곳의 당원과도 교감하겠다”며 “정치인 1명이 페이스북에서 맺을 수 있는 친구 수가 5000명으로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글을 공유할 경우를 생각하면 SNS 세상에서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