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판이 바뀐다] 대기업들의 신흥국 전략… 삼성전자 중국에 ‘제2 본사’,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

입력 2010-12-31 16:57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새해 경영의 공통된 화두 중 하나는 신흥국 시장 공략이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포화상태인 데다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어 성장 기대감이 낮다. 따라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비롯한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것이다. 신흥국 시장 공략 방법은 기업마다 전략 제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생산은 물론이고 연구개발(R&D) 기지 등 현지화를 강화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주요 기업별 신흥국 시장 전략의 핵심을 소개한다.

◇삼성전자, 중국에 ‘제2의 삼성’ 건설=중국 화남시장은 중국 삼성 매출의 20%를 차지할 뿐 아니라 날로 성장하고 있어 신흥국 시장에서도 비중이 높은 곳이다. 삼성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뒤 중국 시장 공략법을 대폭 수정했다. 중국을 단지 생산기지, 판매시장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디자인, 생산, 판매의 일관된 경영체제를 완성하여 중국 현지기업으로 뿌리를 내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에 ‘제2의 삼성’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다.

삼성의 중국법인 임직원은 2010년말 8만8000명 수준으로 5년 만에 3만6000명(76%) 늘어났다. 삼성은 특히 4800명 수준인 연구개발인력을 2015년까지 7000명으로 대거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삼바 시장 독주=LG전자는 브라질 가전시장에서 굳힌 독보적인 입지를 발판으로 중남미 시장 전역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2010년 9월 현재 브라질의 PDP TV의 59%가 LG전자 제품이다. LCD TV와 모니터, 오디오는 각각 30∼33% 수준으로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풀 HD TV 시장에서는 35%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휴대전화도 2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가히 브라질에서는 ‘국민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

LG의 성공비결은 철저한 현지화와 꾸준한 투자 덕이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주요 기업들이 브라질 시장을 철수하는 상황에서 LG전자는 재무구조개선 등을 통해 현지 시장을 더욱 파고들었다. LG전자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차, 브라질 공장으로 교두보=2010년 중남미 시장에서 22만7909대(11월말 현재)를 팔아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올린 현대차는 향후 브라질에 현대차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브라질에 세워질 현대차 공장은 브라질뿐 아니라 중남미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활용된다. 중남미 시장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는 정상회담의 의전차량으로 사용될 만큼 고급 브랜드로 통한다. 2010년 6월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한·중·미 정상회담에서는 파나마 정부의 공식요청에 따라 참석한 중남미 10개국 정상들에게 제공됐다. 또 같은 해 10월 중남미 기자연합인 EIPA는 현대의 투싼을 ‘올해의 SUV’로 선정하기도 했다.

◇SK그룹, ‘3중+α’ 글로벌 시장 공략=SK그룹은 ‘중국, 중남미, 중동’을 3중 핵심 거점지역으로 설정하고 동남아 등 기타 신흥국 시장을 ‘+α’ 지역으로 동시에 공략하는 ‘3중 +α’ 전략을 글로벌 시장 공략법으로 채택했다. 최대 승부처인 중국은 물론, 성장 잠재력이 큰 중남미, 중동, 동남아 등 ‘이머징 마켓’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SK차이나를 중심으로 환경 및 신에너지분야에서 중국 국영기업과 MOU를 맺고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브라질에서는 EBX그룹과 7억 달러 규모의 철광석 개발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철광석 자원개발 사상 최대 규모였다. 페루에서는 가르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LNG플랜트 준공식을 가졌다.

◇기타=현대중공업은 2011년4월 중국 산둥성 타이안시에 연간 8000대 규모의 휠로더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하고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휠로더는 토목공사 현장에서 흙이나 모래 등을 퍼담아 옮기는 건설장비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국내외 195개 점포 중 절반이 넘는 106개점이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신흥국에 포진할 정도로 이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1년에도 신흥국 시장에 30여개 점을 추가로 신규 오픈할 계획이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