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판이 바뀐다] 국제무대서도 ‘미친 존재감’… IMF 지분율 크게 높아져

입력 2010-12-31 16:55


선진국의 반대말이던 개발도상국이란 단어는 이제 거의 쓰질 않는다. 대신 놀랄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른 브릭스(BRICS: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신흥경제국이 나타났다. 이들의 부상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더욱 확실해졌다. 그 여파로 서로 연결고리가 많던 선진국들은 오랫동안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했고 상대적으로 신흥국들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왔다. 특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리면서 신흥국들이 국제 경제 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제기구에서도 이젠 ‘당당’=지난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얼떨떨하다”고 했었다. 이유는 가장 이견이 많고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분율(쿼터) 개혁에 대한 결론을 냈기 때문이었다. 의아했던 건 선진국들이 국제경제에서의 신흥국 입김을 쉽게 인정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신흥국의 부상은 현실이 됐다는 의미였다. 이미 2007년 서방선진 7개국(G7)이 장악하던 형태에 신흥국을 포함시킬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결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은 지분을 내줬다. 이로써 이들이 갖고 있던 6%의 쿼터는 신흥국들의 경제 규모에 따라 나뉘었다. 중국(6위→3위), 인도(11위→8위>, 러시아(10위→9위), 브라질(14위→10위), 한국(18위→16위) 등이 수혜국이었다. 특히 브릭스 5개국 지분(14.74%)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15%)에 근접하게 됐다. 앞서 지난 4월 진행됐던 세계은행(WB) 쿼터 개혁에서도 선진국을 제외한 신흥국 등의 투표권이 종전보다 3.13% 높아진 47.19%로 확대됐다.

◇지역 경제권, 선진국엔 ‘위협’=선진국들을 바짝 긴장케 하는 것은 신흥국 간 협력 강화다. 아세안(동남아시아), 메르코수르(남미) 등을 통한 역내 교역을 비롯한 브릭스나 이브사(IBSA: 인도 브라질 남아공)와 지역경제권의 모임도 늘고 있다. IBSA는 2003년 구성됐으며 이들은 14억명 인구와 3조2000억 달러 국민총생산(GDP)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카네기재단의 2009년 보고서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은 기존의 선진 G7에서 남아공을 제외한 브릭스와 멕시코 등으로 넘어가게 되며 이들 5개국은 2050년까지 향후 40년간 세계 경제성장의 60%를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이들 5개국이 G2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0년 절반에 이르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흥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이 본격화되면 경제 블록화를 형성해 신흥국의 경제 파워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