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판이 바뀐다] ‘BRICs’ 쫓는 ‘MAVINS’… 대륙의 잠룡들이 꿈틀댄다
입력 2010-12-31 16:54
2008년 세계경제를 덮친 금융위기는 세계경제 판도를 뒤흔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대표적 선진국들, 그리고 아시아의 일본. 대표적 선진 경제국들은 침체된 세계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아직 자국 경제 정상화도 힘겨워하는 실정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맞먹는 경제규모로 성장, 세계 경제를 흔들어댔다. 특히 과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대변되던 신흥경제권도 눈에 띄게 성장·다변화되면서 세계경제 회복세를 이끌어갔다. 금융위기로 깨진 판의 틈새로 각 대륙의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마빈스(MAVINS)에서 아파시아(Afasia)까지=올해 세계 경기가 금융위기 후 침체기에서 정상화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이머징 마켓, 즉 신흥시장일 것이다.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자금들이 투자처를 찾아 헤매던 과정에서 이제 성장을 찾아 발돋움하는 신흥국가들은 매력적인 답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표적 신흥시장이었던 중국은 놀라운 성장세로 2010년 경제규모 세계2위로 우뚝 서 이젠 ‘신흥’이라는 말이 무색한 수준이 됐다. 동시에 유망한 투자지역으로 새로운 신흥국가들은 우후죽순 물망에 오르기 시작했다. 마빈스(MAVINS, 멕시코·호주·베트남·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 6개국이 대표적. 마빈스는 지난 1월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이들을 ‘포스트 브릭스’로 제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들 6개국은 아시아부터 남미, 아프리카까지 각 대륙의 대표적인 광물·원유 자원 보유국인 데다 인구증가율도 높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빈스 국가 중 멕시코, 호주, 나이지리아 대신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포함시킨 비스타(VISTA, 베트남·인도네시아·남아공·터키·아르헨티나) 5개국도 일본의 주목을 받으며 떠올랐다.
뿐만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SERI 전망 2011’에서 ‘차시아(Chasia)’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내년 3월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을 시작하는 중국과 대만이 차이완(Chiwan)을 넘어 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끌어들인 경제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원자재가격 등의 상승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경제 예측기관들은 2011년 GDP 성장률이 가장 높을 국가로 중동 산유국 카타르(15.9%)를 꼽았다. 가나(14.0%), 에리트레아(10.0%) 등도 높은 성장이 예상됐다. 이처럼 아프리카의 투자 전망이 좋아지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아우르는 ‘아파시아(Afasia)’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뉴 브릭스’, 브릭스 뛰어넘을까=마빈스 인구는 2009년 현재 6억6000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9.7%정도. 아직 전세계 42.6%(인구), 24.5%(GDP)를 차지하는 브릭스 4개국엔 한참 못 미친다. 중국이 포함된 브릭스처럼 세계 경제 판도의 중심축이 되기엔 아직 부족한 수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의 가능성은 끊임없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선진국 시장을 대체할 신(新)시장의 필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 국가들의 높은 인구 성장률은 ‘소비시장’에 대한 세계 경제의 갈증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 조원경 과장은 “마빈스 6개국은 넓은 영토와 높은 인구증가율, 풍부한 자원 등을 배경으로 브릭스와 함께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나갈 전망”이라면서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있어 신흥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는 필수”라고 말했다.
실제 유엔 추정에 따르면 마빈스 인구는 2030년까지 22.3%나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브릭스(3.4%)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은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1%에 불과한 마빈스 국가들의 경제규모가 2020년에는 54%, 50년에는 244%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브릭스4국 경제연구원은 비스타 5개국의 GDP가 향후 50년간 28배 늘어 서방 주요 7개국(G7)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