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 성지순례 문화 바꿔보자] 개신교 분위기 기대하면 실망… 성지 역사배경 알아둬야

입력 2010-12-31 14:54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꿈꾼다. 예수님이 나신 베들레헴과 사셨던 나사렛, 말씀을 전하신 갈릴리 호수의 현장을 가보길 원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숱한 장소를 찾아가는 길은 내가 믿는 기독교를 현실의 세계로 성큼 다가오게 만든다.

인구 750만명에 우리나라 경상도 크기의 땅을 가진 이스라엘은 올해 전 세계 340만명의 성지순례객을 맞았다. 이 중 한국인은 4만여명, 역대 최다였다. 현 추세라면 2011년에는 5만여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지순례는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개개인이 받는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성도라면 신앙심을 고취하고 영적 성장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목회자라면 무수한 설교 자료와 예화를 만들어 올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3000년 전 다윗이 수도로 정한 역사의 도시 예루살렘은 계속된 외세의 침략으로 숱한 변화를 겪었다. 가나안 시대부터 히브리, 바벨론,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아랍, 오토만제국, 영국을 거쳐 1948년 건국까지 이스라엘의 역사는 파란만장 그 자체이다. 예수님 당시의 중요 유적지들은 땅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계속 변모했고 현재는 유대교와 가톨릭, 그리스정교회,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가 뒤섞여 관리되고 교회가 지어져 다양한 순례객을 맞는다. 따라서 개신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기에 성지의 역사적 배경을 먼저 잘 이해하고 찾아야 한다.

현재 일반적인 성지순례 상품은 7박8일 짧은 것에서 이집트, 터키, 요르단, 로마 등을 경유하는 12∼13일까지 다양하지만 반드시 일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자칫 여러 나라를 가는 것을 좋아하다가는 성지순례가 아닌 성지관광이 되기 십상이다. 터키는 소아시아 7대교회만 따로 한번 방문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기독교 성지와 크게 관련이 없는 유적지를 방문해 시간과 경비를 쓰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요르단의 ‘페트라’를 볼 경우 최소 1∼2일이 소요되고 입장료만도 14만원을 내야 한다.



여행사가 모집하는 성지순례 가격은 싼 것은 100만원대 후반에서 시작해 200만원대가 가장 많고 3백만원대 중반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는 이용 항공과 호텔수준, 부대경비에 따라 책정되므로 이를 꼼꼼히 살펴 자신에게 맞는 것을 택해야 한다. 싼 것만 좋아했다간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입장료와 케이블카 요금이 비싼 유적지 ‘마사다’ 방문 등을 생략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관광청 한국사무소 박미섭 소장은 “이스라엘은 발 닿는 곳마다 성경의 역사가 펼쳐지기에 방문 전에 성지순례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고, 좀 여유롭게 일정을 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며 “특히 이스라엘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들과 미리 상담, 일정을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지순례는 휴가 인파가 몰리는 무더운 여름과 성지순례객이 집중되는 연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호텔비도 비싸지만 평소 쉽게 볼 수 있는 곳을 1∼2시간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성지 비수기는 1∼2월이다. 이스라엘은 조석 기온차가 심하고 지역에 따라 여름부터 겨울 날씨까지 다 느낄 수 있어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또 전쟁과 테러의 위협이 상존하는 이스라엘이기에 안전 때문에 순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크리스천도 의외로 않다. 그러나 가자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이스라엘 정부의 철통같은 보안으로 실상은 긴장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대부분 호텔이나 관공서, 유적지는 군인이나 보안요원이 상주해 안전한 편이다. 국제기독교성지연구소 정효제 소장은 “설교는 성서의 말씀을 생생하게 살려야 하는 작업이기에 목회자에게 성지순례는 필수이며 여러 번이라도 가야 한다”며 “철저히 준비한 만큼 현지에서 느끼는 감동과 은혜가 크므로 담임목회자를 주축으로 순례팀을 구성, 성지를 세밀히 공부한 뒤 함께 나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 TIP

■방문 성지의 역사적 배경을 정확히 공부하고 성지 관련 성경 본문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여행사 상품 비교 시 스케줄이 얼마나 충실하게 짜였는지를 살핀다. 항공연결 대기시간 및 성지 간 이동거리, 성지가 아닌 방문지는 없는지, 숙소 위치 등을 점검함으로써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순례팀은 15∼20명선이 이상적이다. 인원을 미리 구성한 뒤 여행사와 접촉, 일정을 독자적으로 짜도 좋다.

예루살렘=글·사진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