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받는 나라에서 수출하는 나라로… 단편 성경 포함 1억2678만부 보급

입력 2010-12-31 14:30


지난해 9월 20일. 세계성서공회연합회(UBS) 8차 총회에 참석한 147개국 480명의 대표들은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성경이 전 세계 120여개 나라에 500만권 넘게 보급하고 있다는 대한성서공회 김순권 이사장의 보고를 듣고서다.

참석자들이 더 놀랐던 것은 1970년대 말까지 UBS의 재정 지원을 받아오던 한국이 79년부터 재정 자립으로 전환해 매년 UBS에 100만 달러의 성서운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과 2008년부터는 성서 반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자립 성서공회에 성경을 제작해 기증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다. 받기만 하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어 전 세계 성경 보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대한성서공회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성경 보급수는 121만9334부였다. 이는 2009년보다 26만8000여부가 증가한 수치다. 권의현 대한성서공회 총무는 “휴대하기 편하고 글자 크기가 적당한 성경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부수 증가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주일예배용으로 사용하는 ‘개역개정판’ 성경은 1998년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640만1890부가 반포됐다.

기증 사업도 활발해 2010년의 경우 군장병에게 2만5286부를, 미자립교회에는 단편 성서와 전도지 기증을 포함해 422만1802부를 기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성경이 처음 나온 이후 지금까지 몇 권의 성경이 반포됐을까. 지난해 11월 대한성서공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11년 신구약성경을 합한 ‘셩경젼셔’ 발행 이후 4144만5837부가 반포됐다. 또 신약과 단편, 점자성경, 전도지까지 포함하면 14억995만4576부라는 엄청난 양의 성경이 반포됐다.

성경 반포 사업에 수혜국에서 해외 지원국으로 바뀐 데는 한국교회의 성경 사랑과 관련이 깊다. 한국은 선교사가 국내에 입국하기 전부터 성경 번역이 먼저 이루어졌고 성서가 보급되면서 자발적으로 교회가 설립됐다.

서양 선교사들이 보기에 한국 기독교인들은 다른 선교지 주민과는 달리 성경공부와 사경회 운동에 열정이 있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한국 크리스천들을 ‘성경의 연인(Bible lover)’으로, 한국 기독교를 ‘성경 기독교(Bible Christianity)’로 선교부에 보고했다.

당시 한국은 문맹률이 높지는 않았으나 여성의 경우 글을 읽을 줄 몰랐다. 여성 권서(전도부인)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글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면서 성경을 전했다. 1883∼1959년 50여만권의 성경전서와 370여만권의 신약전서, 2500여만부의 단편 성서 보급은 한국인의 성경 사랑을 반증한다.

한국인의 성경 사랑은 해외 성서 반포의 원동력이 됐다. 2010년은 해외 성서 제작 사상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176개 언어, 477만7518부의 성서를 제작해 113개국에 수출했다.

대한성서공회는 1973년부터 해외 성서를 제작, 보급하기 시작했다. 38년간 1억1649만9794부를 제작했고 단편 성경을 포함해 1억2678만6298부의 성서를 보급했다.

권 총무는 “현재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 교회가 성장함에 따라 성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세계교회와 UBS는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