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으로 돌아가자] 신앙 초행길 인도해준 ‘말씀 가이드’
입력 2010-12-31 14:47
권서(勸書). 성경을 팔고 성경을 읽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일종의 성경 외판원이자 전도인, ‘바이블 트랜스포터(Bible transporter)’라고 할까. 권서는 한국 기독교 역사를 일군 아름다운 ‘발’이다. 권서는 1804년 세계 최초로 영국성서공회가 설립된 이후 성경을 전파하기 위한 기구로 태어났다. 당시 성경을 전하는 기구는 권서와 성경보급소, 성경교사가 전부였다. 한국은 문맹률이 비교적 낮고 권서, 특히 부인 권서들이 성경교사를 겸해 별도의 성경교사를 두지 않았다.
1890년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했던 권서는 한국 기독교 발전의 대동맥과 같았다. 일제 강점기 수난시대에도 ‘복음의 짐’을 메고 다니며 당시 민중들에게 생생한 ‘굿 뉴스’를 전했다.
1911년 번커 선교사는 권서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들은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외국인 선교사들이나 전도자들이 가본 적 없는 마을에 들어간다. 그리고 길이든 여관이든 들이든 집이든 대화가 될 만한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어디서든 성서 말씀을 이야기하면서 할 수 있는 대로 성서와 단편을 판다. 권서들의 활약으로 마을 전체가 선교사들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 땅에는 1907년 이후 중국 다음으로 많은 권서들이 활동했다. 영국성서공회와 미국성서공회, 스코틀랜드성서공회의 자료에 따르면 40년까지 활동한 권서는 2000여명으로 추정된다. 권서제도는 대한성서공회의 감독 아래 72년까지 운영됐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