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서진원 행장 체제 출범… 공석 하루만에 깜짝 발탁
입력 2010-12-30 18:37
신한금융지주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사의를 밝힌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후임으로 서진원 신한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임명했다. 이 전 행장이 사의를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서 신임 행장은 유력 후보군에 들지 못했었지만 신한금융은 깜짝 발탁했다. 그가 ‘신한 사태’ 내내 중립적인 행보를 보인 점과 은행 안팎의 신망이 높다는 점을 높이 샀다.
◇두 마리 토끼 잡을까=모든 절차는 숨 가쁘게 진행됐다. 신한금융은 이날 오전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서 행장을 내정했다. 이어 오후 4시 이사회를 열고 확정했다. 1시간 뒤에는 이 전 행장과 서 행장의 이·취임식이 열렸다. 검찰 수사와 내분으로 얼룩진 최근 사태를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또 위기관리를 위해 출범한 특별위원회(특위)가 미리 준비해 놓은 로드맵의 일환이었다.
서 행장의 깜짝 발탁은 ‘빅3’ 퇴진에 따른 수습 노력의 백미였다. 하루 전만 해도 위성호 신한금융 부사장과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이 유력주자로 꼽혔지만 자경위는 이를 뒤집었다. 유력인사들이 대부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측근이라 노조 반발 등을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신임 행장이 이 전 행장의 잔여임기(1년 3개월)만을 수행토록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선(先) 안정, 후(後) 성장’ 전략인 셈이다.
여기에 2007년 서 행장이 대표로 부임한 이후 신한생명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08년 1392억원, 지난해 1740억원, 올 3분기에는 1732억원으로 증가세다. 자산규모는 같은 기간 8조5170억원에서 11조4690억원으로 급증했다. 경영권 공백 사태를 맞은 신한금융은 서 행장이 조직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픔 잊고 도약하자”=서 행장은 취임식에서 “은행 내부적으로 지난 시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것인지, 과거에 붙잡혀 헤어나지 못할 것인지 갈림길에 놓여있다”면서 “어제까지의 아픔을 잊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자”고 말했다. 이어 “지난 몇 개월간의 일에 대한 국민과 사회의 염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투명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은행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 행장은 계성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1977년 서울신탁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신한은행 인력개발실장,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쳤다.
서 행장의 최우선 과제는 내홍으로 상처 입은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신한 웨이(way)’라는 탄탄한 조직문화와 결합을 과시했지만 이번 사태로 임직원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사회도 재일교포와 국내 이사진의 의견이 갈렸다. 지주는 은행 인력개발실장을 지낸 서 행장이 탕평 인사를 통해 내홍을 조기 수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 등을 둘러싼 금융권 ‘빅뱅’에 맞서 조직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서 행장의 숙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서 행장의 선임으로 혼잡했던 분위기가 일단락될 것”이라며 “내부 갈등을 조속히 수습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을 신속하게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