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북정책에 北 발끈… 2011년에도 긴장고조 예고

입력 2010-12-30 18:34

정부가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공세적이고 강경한 대북 정책을 제시하면서 새해에도 남북관계가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의 업무보고 내용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2011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 키워드는 통일 준비와 남북대화, 북한주민 우선 정책을 통한 변화 유도다.

이 가운데 통일 준비와 북한주민 우선 정책은 강공책으로 분류된다. 특히 북한주민 우선 정책은 북한 정권과 일반 주민을 분리하고,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풀이돼 북한 붕괴론 및 흡수통일을 연상케 한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9일 논평을 통해 “괴뢰 통일부가 ‘바른 통일 준비의 원년’이란 것을 들고 나왔다”며 “상대방의 체제를 부정하고 상대방에게 자기의 체제를 강요하려는 흡수통일 기도가 동족 사이의 무력충돌과 전 민족적 참화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이 새 대북정책을 흡수통일 기도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북한이 ‘체제 부정’이라고 발끈하는 정책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화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다소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0일 “남북대화 언급은 원칙론에 불과하다”며 “새 대북정책은 압박과 제재를 우선시해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주민 우선 정책의 경우 실효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을 바탕으로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대북 인권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북 전단 살포나 대북방송을 운영해 온 민간단체의 활동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민간 심리전을 돕는 것이 북한 주민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 또 투명성만 보장된다면 북한 주민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규모 인도적 지원도 가능하다는 설명이지만 투명성 보장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현실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가 불필요한 남북, 남남 갈등만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대북정책을 두고 청와대와 실무 부처 사이에 엇박자가 발생한 점도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일부가 마련한 업무보고에는 남북 대화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다. 외교통상부의 통일외교라는 개념도 대북 압박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청와대의 보좌를 받은 이 대통령은 6자 회담과 남북대화 등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때문에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부 내부의 인식에 이견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대북정책을 둘러싼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