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어김없이 눈 타고 내려온 ‘얼굴없는 천사’… 당신들이 세상을 데웠습니다
입력 2010-12-30 20:52
신분을 밝히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얼굴 없는 천사들’이 올해도 곳곳에서 나타나 세밑 한파를 녹이고 있다.
30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북 남원시 산동면 사무소에도 지난 20일 퀵서비스를 통해 300만원이 든 상자가 배달됐다. 앞서 14일에는 80대 노신사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1000만원권 수표 2장을 사무처장에게 건넨 뒤 사라졌다.
전북에서는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남모르게 3584만900원을 전달했다. 2000년 이후 11년째 신분을 숨긴 채 성금을 기탁하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1억9720만4020원을 보내왔다.
충북과 경남에서도 이웃사랑은 줄을 이었다. 충북 제천에서는 지난 17일 익명의 독지가가 장락동 ㈜동원연탄에 전화를 걸어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 달라’며 연탄 1만5000장 값인 675만원을 입금했다. 이 독지가는 8년째 연말이면 어김없이 소외이웃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될 연탄을 전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 한센노인생활시설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80대 할머니가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아껴 2년 동안 모은 100만원을 등기우편을 통해 보내 왔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메모와 함께 20㎏들이 쌀 110포대(400만원 상당)가 배달됐다.
강원도 횡성에서도 훈훈한 기부가 잇따랐다. 지난 2일 신원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가 횡성군청 주민생활지원과에 20㎏들이 쌀 130포대(500만원 상당)를 기탁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자신을 70대라고만 소개한 남성이 주민생활지원과를 찾아 “인근 정미소에 20㎏들이 쌀 200포대(840만원 상당)를 맡겨놨으니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 달라”는 부탁을 한 뒤 사라졌다.
서울에서는 지난 14일 밤 30∼40대로 보이는 남자 한 명과 20∼30대 초반 여자 두 명이 승용차 1대와 화물차 1대를 타고 와 용산구청 정문 앞 마당에 10kg들이 쌀 70포대(140여만원 상당)를 놓고 갔다. 쌀포대마다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결식아동들에게 따뜻한 한 끼의 식사가 될 수 있다면 제 가슴 속도 따뜻해질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흰색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자신을 숨기며 조용히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이 있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전주=정동원 김용권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