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등유 2011년 7월부터 공급 중단
입력 2010-12-30 20:45
내년 7월부터 서민용 난방연료로 쓰이는 보일러 등유가 시장에서 퇴출된다. 등유 난방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보일러 등유가 불법 유사 경유로 전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보일러 등유의 동절기 수요와 재고소진 기간을 감안해 내년 3월까지 생산한 뒤 4월부터는 생산을 중단토록 정유사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보일러 등유는 1998년 8월 서민용 난방연료 용도로 도입됐다. 당시만 해도 이른바 ‘기름보일러’를 때는 등유 수요는 많았지만 공급량은 부족했다. 반면 경유는 남아도는 상황이어서 정부는 등유 수급정책 일환으로 경유와 등유를 각각 절반 비율로 섞은 보일러 등유를 도입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시가스 보급이 늘고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부터다. 지경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보일러 등유는 서민용 난방연료보다는 공사장 덤프트럭이나 화물차, 버스 같은 차량용 연료 등 ‘유사 경유’로 불법 사용되는 사례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면서 “2007년 기점으로 보일러 등유의 소비처는 늘지 않는데도 전체 소비량이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는 보일러 등유가 일반 경유보다 싸기 때문. 지난 10월 가격 기준으로 보일러 등유 가격은 ℓ당 1075원으로 경유(1500원)의 71% 수준이다. 보일러 등유를 유사 경유로 사용하다 적발된 건수는 2007년 212건에서 296건(2008년), 313건(2009년)으로 증가 추세다. 유사 경유 사용에 따른 탈루 세액은 2008년 1802억원에서 3586억원(2009년), 올해는 5751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석유관리원은 추정하고 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보일러 등유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서민들은 가격이 비슷한 수준인 실내 등유(10월 기준 1073원)를 쓰면 된다”면서 “실내 등유는 경유가 전혀 섞이지 않은 100% 등유여서 ‘유사 경유’로 전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보일러 등유 공급 중단에 따른 보완 대책이 필요한 섬 지역 등 자가발전 이용가구에 대해서는 면세 또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을 검토키로 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