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3세 경영 체제’ 속도 낸다

입력 2010-12-30 20:58


대기업들이 잇따라 창업주 3세 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0일 임원 인사에서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35) 금호타이어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2008년 상무가 되고 올해 초부터 금호타이어 경영에 참여한 박 전무는 지난 5월 개인투자자 설명회에서 “제가 아직 젊지만 어르신들이 갖고 있던 도전정신을 본받아 온몸을 던져 회사를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위기로 지난해 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것은 치열한 경쟁 속에 미래 먹을거리 창출을 책임질 적임자로 오너가(家)의 젊은 세대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9일 대한항공 인사에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승진 또는 전보를 통해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 우선 조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27)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팀장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장남 조원태(34) 전무는 여객사업본부장에서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옮겼고, 장녀 조현아(36) 전무는 기내식사업본부장 겸 호텔사업본부장에서 객실승무본부장까지 겸하게 됐다.

이날 동양그룹에선 현재현 회장의 맏딸 현정담(33) 동양매직 상무보가 상무로 한 단계 올라섰다.

대한전선은 지난 23일 고(故) 설원량 회장의 장남인 설윤석(30)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설 부회장은 2004년 부장으로 입사한 뒤 2008년 상무, 2009년 전무, 올해 초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설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확대, 재무구조 조기 안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3세의 부상은 삼성과 LG그룹에서도 두드러졌다. 3세인 구본무 회장이 이끄는 LG는 지난 10월 구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위기에 빠진 LG전자의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삼성은 이달 초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를 각각 사장으로,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체제는 빠른 의사결정과 장기적 관점의 책임경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후계자의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면서 “최근 추세가 된 오너십 강화는 내년부터 실적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