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정치권 뒤흔든 ‘말말말’
입력 2010-12-30 18:02
2010년 정치권엔 유난히 설화(舌禍)가 많았다. 특히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봉은사→보온병→자연산’ 등 세 글자로 이뤄진 단어들이 1년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안 대표는 지난 3월 봉은사 주지를 겨냥해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고 말한 것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11월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현장에서 불에 그을린 보온병을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잘못 소개했고, 지난 22일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을 찾는다”는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결국 안 대표는 “반성했고 앞으로 신중할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강용석 의원은 지난 7월 국회의장배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는 성희롱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강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출당됐다.
야권 인사 중에는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이 지난 26일 수원역 장외집회에서 “헛소리하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해야 하나.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해 여권으로부터 ‘패륜아’라고 집중 공격을 받았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연평도 포격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화염에 그슬린 소주병을 보고, “이게 진짜 폭탄주네”라고 농담 섞인 말을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논란이 됐던 말도 많았다. 세종시 수정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강도론’ 공방을 벌였다. 이 대통령이 당내 분란에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친다”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그런데 집안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박했다. 또 정몽준 당시 대표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중국 고사를 인용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미생이라는 젊은 사람이 애인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많이 오는데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익사했다”고 했다.
또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11월 “여의도만 생각하면 답답하다. 지력(地力)이 다한 정치를 객토(客土)해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정치권의 반발을 샀고, 같은 달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햇볕정책이 모든 것을 다 치유하고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발언해 당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이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 연설에서 “여러분이 (환율문제 등) 합의를 안 이루면 돌아가실 때 비행기 가동을 안 할 수도 있다”고 해 큰 웃음을 자아낸 것도 화제였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 낙마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을 인용,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는 말로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