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거물들 ‘박근혜 때리기’

입력 2010-12-30 18:02

한나라당 친이계의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박근혜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30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키는 등 대권행보에 나선 것에 대해 “대통령 레임덕을 가속화하고 정부·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29일에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국가 리더십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여권에서 박 전 대표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매일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일단 “당 내분은 피하겠다”며 맞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친박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될 경우 정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 대권경쟁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새해 벽두부터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너무 성급했고, 역풍이 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친박계 의원들에 대해서도 “최근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면 친박 인사들이 벌 떼처럼 달려드는 ‘박근혜 우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는 박 전 대표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에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런 저런 언급들은 박 전 대표를 생각해서 하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나 단지 공청회 한 번 하고 정책연구모임에 참여한 것을 두고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이런 일로 당내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또 다른 친박 관계자는 “박 전 대표에게는 하루 수십 건의 특강이나 인터뷰 의뢰가 들어오지만 단 한 건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친이계 대권 후보들이 이런 특강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공연히 대권행보를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