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잠룡본색’-김태호 ‘일장춘몽’… 2010년 뜬 정치인·진 정치인
입력 2010-12-30 20:27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1월 11일)로 시작돼 예산안 강행 처리(12월 8일)로 마감된 2010년 정치권은 격변의 연속이었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통해 많은 정치인이 부상했고, 반대로 고개를 숙인 이들도 있었다. 올해 정치권에서 뜬 인물은 단연 이재오 특임장관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뜬 별’=이 장관은 7월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서 당선된 뒤 곧장 특임장관에 임명되며 그가 이명박 정권의 2인자임을 각인시켰다. ‘나 홀로 선거운동’과 90도 인사를 통해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킹 메이커로서 뿐만 아니라 잠재적 대권주자로까지 뛰어 올랐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고 당심을 얻으며 2년여 동안의 춘천 칩거생활에서 벗어나 당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후 주도한 장외투쟁을 통해 본인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올해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을 결집시켜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켰고, 연말 들어 복지정책 발표 및 싱크탱크 출범 등을 통해 세를 과시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뜬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노동계 최대 이슈였던 타임오프 문제를 해결한 뒤 대통령실장에 임명됐고 정권 후반기 화두인 ‘공정사회’ 제시를 주도했다.
10월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입성한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주목받고 있다. 486 정치인들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이 최고위원은 향후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밖에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당이 참패한 6·2지방선거에서 살아남으며 여권의 주목받는 주자로 부상했고, 김두관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등 친노(親盧) 인사들도 지방선거를 통해 야권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헌정 사상 원내 정당 가운데 최연소 당 대표로 선출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알찬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진 별’=김태호 전 경남지사에게 2010년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40대 총리 후보자로 등장해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지목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신선했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낙마하고 말았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떠올리기 싫은 한 해를 보냈다. 7월 재·보선 패배로 인해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절치부심하며 전당대회에 도전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되며 시간이 갈수록 당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고달픈 해였다. 6월 지방선거에서 예상외로 참패한 후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2022년 월드컵 개최에 매달렸지만 이마저도 실패해 향후 정치적 진로가 애매한 상황이 됐다. 세종시 수정 총대를 메고 유력한 차기 주자로 각인됐던 정운찬 전 총리도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야인이 됐다.
부침이 유달리 심했던 정치인들도 있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7월 전당대회에서 화려하게 대표 자리에 올랐으나, 잇따른 말실수와 지도력 부재라는 비판 속에 한 해를 우울하게 마감했다.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방선거 기간 중 주목을 받았으나 선거에서 패배하며 고개를 떨궜다. 한 전 총리는 선거 후에도 검찰 수사와 재판에 시달렸고 유 전 장관도 국민참여당의 원내 정당화에 실패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