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룰라 집권 8년… 일자리 1200만개 창출 ‘성장-빈곤 퇴치’ 총력

입력 2010-12-30 20:35


“룰라는 여기, 내 가슴에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최대 빈민가 헬리오폴리스의 한 주민은 억센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알테르나티브 에케노미크’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그는 전 세계 지도자 중 2010년의 마지막 날을 가장 행복하게 보내는 인물일 것이다. 임기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이날까지 그의 지지도는 90%에 육박한다.

그가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정치인’이 된 건 가난한 선반공 노동자가 최고 공직자가 됐다는 개인적 성공신화 덕분만은 아니다. 8년의 재임 기간 중 브라질 빈곤층이 크게 줄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올해에만 250만개, 8년간 1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아동 노동은 16년 전의 절반으로 줄었고, 아동 영양실조도 3분의 1로 떨어졌다.

브라질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진출이 유력하다. 룰라 대통령 자신은 차기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8년 전 그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우려가 높았다. 노동운동가라는 배경 때문에 룰라의 지지도가 오를수록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폭락했다. 국가위험도는 나이지리아나 시에라리온 같은 분쟁국 수준으로 평가됐다. 결국 그가 취임하기 4개월 전 브라질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는 신세가 됐다. 대통령 관저인 플라나우토궁에 들어선 룰라의 첫마디는 “저주 받은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한탄이었다.

룰라는 그러나 진보 성향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면서도 보수적인 재계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어려운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저소득층에 생계비를 지급하는 ‘볼사 파밀리아’ 정책과 8년 사이 74%에 이르는 최저임금 향상은 빈곤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소비의 확대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 물론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과 거대한 인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군부독재와 거대기업의 시장 독점으로 신음하던 브라질의 회복은 룰라가 없었다면 훨씬 늦어졌을 거란 평가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