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지는 SUN, 왜?…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 감독 전격 사퇴

입력 2010-12-30 17:55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47) 감독이 돌연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모양새는 자진 사퇴지만 최근 그룹 인사에서 사장 및 단장 교체에 따른 영향 등이 감독에까지 미친 것으로 보인다. 후임에는 류중일 1군 작전 코치가 임명됐다.

삼성 라이온즈는 30일 “선동열 감독이 용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류중일 1군 작전코치를 제 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내년으로 출범 30년째를 맞아 구단의 모습을 일신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금년 12월 사장과 단장을 교체했으며 감독까지 용퇴를 결정하면서 전면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 전 감독도 구단 자료를 통해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위해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구단이 새로운 진용을 갖추고 젊은 사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선 전 감독은 ‘구단 운영위원’으로 보직을 변경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선 전 감독의 사퇴는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 선 전 감독은 2009년 5년 간 총액 27억원에 재계약에 성공했고, 재계약 첫 해인 올해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켜 성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선 전 감독이 사퇴 발표 전날까지 스프링캠프 구상에 몰두했던 점도 이날 사퇴 발표가 갑작스럽게 이뤄졌음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김응용 사장-김재하 단장-선동열 감독으로 이어지던 구단 운영에서 김 사장과 김 단장의 퇴진이 선 전 감독 사퇴의 실질적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응용 사장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던 삼성에 2001년 감독으로 부임해 2002년 삼성에 첫 우승을 선사한 후 2005년 선 감독에게 감독직을 물려줬다. 2004년 수석코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선 전 감독 입장에선 함께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이 물러나면서 입지가 좁아진 셈이다.

또 선 전 감독의 야구가 삼성이 전통적으로 구축해왔던 화끈한 야구와 궤를 달리하는 것도 이번 결정의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2005년,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 등 최상의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삼성 팬들 사이에서는 지키는 야구를 구사하는 선 전 감독의 야구 스타일에 불만을 품는 경우가 많았다. 성적은 좋았지만 인기는 예전만 못했다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2000년대 들어 구단의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를 3차례나 우승한 상태에서 본래의 색깔을 찾아 팬들을 다시 끌어 모으겠다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서 데뷔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기를 모았던 류중일 감독을 선임하면서 성적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