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부채 겉수치보다 실체 주목해야
입력 2010-12-30 17:38
국가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과 일부 민간 관리기금의 부채가 포함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2001년 제시한 발생주의 방식의 기준을 적용한 국가부채 통계기준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편안은 다음 달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한다.
그간 국가부채 규모를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빚어졌던 만큼 이번 정부의 통계기준 개편은 뒤늦은 감이 적지 않다. 정부의 공식 국가부채는 국채, 차입금, 국고채무부담행위, 지방정부부채만을 포함할 뿐 그 외 잠재적·우발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이른바 광의의 국가부채는 제외돼 왔다.
광의의 국가부채는 정부보증채무,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잔액, 준 정부기관 및 공기업 부채 등을 포함한다. 예컨대 지난해 정부 발표 국가부채 359조6000억원에 대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광의의 국가부채를 1277조8000억원으로 산정, ‘사실상 국가부채’(공식+광의)가 1637조4000억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가부채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설정하면 국가재정을 운용함에 있어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고 반면 느슨한 국가부채 기준은 방만한 재정 운용을 피할 수 없다. 어디까지를 국가부채로 규정할 것인지는 편의상의 문제일 뿐이다. 기준을 어떻게 정하든 국가재정의 실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간 정부는 국가부채 논란이 일 때마다 공식 국가부채를 들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매우 양호하다고 주장해왔다. 광의의 국가부채 문제가 엄존한 상황에서 정부가 입맛에 맞는 수치만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개편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은 국가부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지만 그 내역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가부채 발표 때 부기(附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 앞으로 정부는 국가부채 규모나 GDP 대비 비율 등의 수치를 앞세우기보다 실체 내역에 더 주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