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운전자에게 덤터기 씌운 自保 개선안
입력 2010-12-30 17:44
금융위원회가 그제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급등하고 있는데 따른 손실 보전책이다. 그러나 정작 보험금 누수를 막는 핵심 과제들은 빠진 채 가입자들의 금전적 정신적 부담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개선안은 사고차량 수리비용의 20%를 50만원 한도 내에서 운전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자기부담금이 최대 10배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과잉수리를 막고 조심운전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그러나 보험의 기본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인데, 수리비의 20%를 가입자가 내라고 하면 과연 이것도 제대로 된 보험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보험사의 손실보전에 급급해 가입자에게 터무니없는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범칙금 외에 과태료 납부자까지 보험료 할증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나, 할증대상 교통법규 위반 횟수 집계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것도 모두 운전자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할증부담 증가분은 무사고운전자의 보험료 할인에 전액 사용된다고 하지만 열악한 국내 교통 환경에서 법규를 100% 지키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면 한 번만 위반해도 할증하거나, 집계기간은 10년으로 늘려도 반대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보험금 누수 핵심 원인인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의 진료수가 일원화는 이번에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추후 검토과제로 넘겼다. 나이롱환자 대책도 이것저것 나열해 놓았지만 확실하게 실효성이 보장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과잉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비업계와 보험업계가 협의체를 꾸려 자율적으로 정비요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토록 했지만 이 역시 과잉수리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이번 개선안도 병원이나 정비업체들이 챙겨가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보험사 손해율 개선을 위한 모든 책임과 의무를 애꿎은 가입자들에게 돌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도 군말 없이 따르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정말 착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