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높이 맞춘 옛이야기로 지혜 전해주죠”… ‘옛이야기 들려주기’ 펴낸 서정오씨
입력 2010-12-30 17:30
“스마트폰이다 인터넷 게임이다 ‘최첨단’을 달리는 요즘 아이들에게 ‘구닥다리’ 같은 옛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이 가만히 들어 줄까 겁부터 나시죠? 그런데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한 번 들려주신다면 아이들은 분명 우리 이야기에 쏙 빠지게 될 겁니다.”
26년 동안이나 우리 옛이야기를 되살리는데 앞장서온 서정오(55) 작가가 ‘옛이야기 들려주기’(보리)를 15년 만에 다시 펴냈다. 책의 일부분을 지금 어투에 맞게 다듬고 내용을 보완하는 등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초등학교 교사였던 서 작가는 1984년 어린이 문예지인 ‘이 땅의 어린이 문학’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 옛이야기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직접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며 노인들로부터 옛이야기를 녹취하거나 사료로 서가에 묻혀있던 옛이야기를 발굴한 뒤 구수한 우리 입담으로 다시 써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다. 지금까지 그가 발굴한 옛이야기는 300여편 정도이고 발간한 책도 20권이 넘는다.
서 작가는 29일 인터뷰에서 옛이야기가 지닌 권선징악의 가르침이야말로 요즘 아이들에게 꼭 알려줘야 할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옛이야기 속에는 한결같이 착한 일을 하면 복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 받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아주 단순하고 유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세상에 그보다 더 소중한 교훈은 없습니다. 더구나 ‘착하게 살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말이 더 주목받는 요즘 같은 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라고 믿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란 아이들은 나쁜 짓을 하지 않습니다.”
책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교사들이 어떻게 해야 옛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옛이야기를 왜 들려주어야 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에 관한 원론을 다룬다. 3장에서는 좋은 이야기를 가려내는 법을, 4장에서는 실제 이야기를 들려줄 때 말소리나 몸짓, 이야기를 주고받는 요령과 같은 ‘실전 기술’을 알려준다. 5장에는 옛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저자에게 보여준 글과 그림을 담았다.
책에는 30편에 가까운 옛이야기 예문을 실어 이해를 도왔고, 책의 마지막에는 옛이야기 열두 마당을 갈무리해 실었다. 그는 이와 함께 아이들에게 꼭 들려줘야할 우리 옛이야기 112가지를 엮은 책 ‘옛이야기 보따리’(보리)도 따로 펴냈다.
서 작가는 “요즘 젊은 부모들과 교사들이 옛이야기를 통해 교육을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즐길 수 없게 된다”며 “아이들과 자연스레 놀이하듯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옛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