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교육 위기 미션스쿨은 지금… 채플도 반발로 축소·일부 자율고 전환

입력 2010-12-30 20:41


기독교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미션스쿨은 331개에 달한다.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 13개, 초등학교 13개, 중학교 128개, 고등학교 177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학내 종교자유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미션스쿨의 현재 상황은 어떠할까.

◇가시밭길 걷는 미션스쿨=미션스쿨은 일제 강점기 민족·신앙지도자 육성을 목표로 세워졌다. 이후 1963년 제정된 사립학교법과 74년 고교 평준화 제도에 따라 건립이념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2005년 미션스쿨 내 종교자유를 허락해 달라는 대광고 강의석군의 소송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이때부터 미션스쿨 내 종교교육과 학생인권이 사회적 이슈가 됐고 채플이나 종교수업 시간에 대체과목을 지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 대법원은 “종립학교가 학생의 자유를 넘어선 종교교육을 강행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 A고 교목실장은 “학생 인권은 제고됐을지 모르지만 미션스쿨의 정체성은 상당히 모호해졌다”면서 “학생의 기본권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만이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B고 교감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서울시에서 인권조례 안으로 종교교육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대부분의 미션스쿨은 결국 정부 규제에 따라 종교교육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안양 C고 교목은 “전교생이 함께 금요일 오전 드리던 채플에 대해 누군가 교육청에 제보를 하고 나서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면서 “현재 채플을 원하는 학생에 한해 오후 학교 식당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학교는 자율고로 전환=이런 현실에서 일부 미션스쿨이 대안으로 선택한 게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의 전환이다. 자율고가 되면 최대 50%까지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참한 곳은 서울 대광고 대성고 배재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신일고, 대구 계성고, 안산 동산고 등이다. 안산 동산고 김종배 교장은 “평준화 지역으로 전환되면 학생 선발권을 상실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었다”면서 “이런 이유에서 자율고 신청을 했고 지난해 7월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율고 전환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학교법인이 지원하는 법인 전입금이 학생들이 납입하는 수업료와 입학금 총액의 3%(도 지역)나 5%(특별시,광역시) 이상 돼야 하기 때문이다. 동산고는 안산동산교회에서, 대광고는 영락교회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화여고는 이화학원, 배재고는 배재학원, 대성고는 호서학원, 신일고는 신일학원에서 각각 지원하고 있다. 2010년 이화여고는 15억8000만원, 동산고는 6억9000만원, 계성고는 5억5000여만원이 법인에서 지원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션스쿨 중 자율고 법인 전입금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 특단의 대책 필요=그렇다고 해서 자율고 전환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최근 학생 모집에서 일부 학교는 미달사태가 발생했으며, 인원을 충원한 학교라 할지라도 3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곳은 이화여고 한 곳뿐이었다. 결국 미션스쿨은 양질의 학업·신앙 프로그램, 수준 높은 교사, 시설 구비, 대학 합격률 등 경쟁력 확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치열한 입시 경쟁 속 깊이 있는 기독교 교육의 가능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서울 D고 교목은 “자율고 전환 미션스쿨 중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은 결국 입시에 강한 학교였다”면서 “학부모들이 미션스쿨의 건학이념보다 입시 경쟁력에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박상진 장신대 기독교교육학 교수는 “교육정책과 사립학교법 개정 등의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어쨌든 한국교회가 미션스쿨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교파를 초월해 기독교학교 위기대책기구를 구성하고 후원회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섭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사무국장도 “한국교회가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해선 반드시 교회와 노회가 지역에 속한 학교에 기도와 재정적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백상현 기자, 이사야·양민경 인턴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