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운치 않은 검찰의 ‘新韓’ 수사결과

입력 2010-12-29 18:43

말도 많았던 ‘신한금융 빅3 내분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29일 발표됐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횡령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된 반면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로써 지난 9월 신한은행의 신 전 사장 고소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우여곡절 끝에 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신한은행이 막판 고소 취하 등 화해 제스처를 내보였지만 형사 처벌을 피하지는 못했다.

불구속 기소된 ‘빅2’의 혐의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고소 및 수사 과정에서 이미 대부분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말이 개운치 않다는 점이다. 우선 라 전 회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논란의 대상이다. 라 전 회장은 재일교포 4명 명의의 차명계좌를 운용하면서 204억여원을 입·출금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하고 명예회장 자문료 일부를 가로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과태료 부과 사안이고 자문료 횡령은 증거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차명계좌의 자금 출처와 사용처가 규명됐는지 의구심이 든다. 금융권 최고 경영자가 차명계좌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모종의 불법 거래와 연관됐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본인은 물론이고 차명계좌를 1차 확인한 금융당국과 수사 주체인 검찰 등에서 제대로 석명(釋明)이 되지 않았다. 이러니 정권 실세가 라 전 회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게 아니겠는가.

사법 처리 수위와 관련해서도 뒷말을 남길 게 뻔하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전에 언론에 흘린 ‘구속 방침’과 달리 불구속 기소로 매듭지어졌기 때문이다. 김 총장과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의 엇박자가 드러난 건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수뇌부 간에 이처럼 손발이 안 맞는 데 대해서는 그간 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알력설이 대두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검찰은 알력설을 부인하지만 총장의 의중에 반해 일선에서 반기를 든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이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더 많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