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대화·6자회담, 北 진정성 전제돼야

입력 2010-12-29 18:43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통일부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강한 안보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북이 대화를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외교통상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6자회담을 통해 내년 한 해 북한의 핵 폐기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 달 이상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해 온 이 대통령이 남북대화와 6자회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햇볕정책의 유용성을 강조하며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온 민주당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부는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에는 분명 ‘기류 변화’가 담겨 있다.

사실 군을 앞세운 대북 압박은 지속해서도 안 되고, 지속할 수도 없는 정책이다. 북이 가만있지 않는 한 안보불안으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다수 국민이 바라는 바도 아니다. 북이 추가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 언젠가 출구전략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남북 간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대화’를 선택한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앞으로 위장 평화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방북한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를 통해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그 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 및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모든 핵 프로그램의 중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마치 핵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인 것처럼 국제적으로 제스처를 한 것이다. 북한이 주변국들을 지렛대 삼아 남한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남북대화든 6자회담이든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남북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하고 6자회담을 수없이 했음에도 남북 간 화해·협력과 북핵문제는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