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발언 이어가던 MB가 왜… 대결·대화 투트랙?

입력 2010-12-29 20:17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외교통상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6자회담과 남북대화를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계속됐던 강성 발언들과는 방향이 다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고, 앞서 23일에는 전방부대를 방문해 “북한이 공격하면 대반격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연평도 관련 담화에서는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던 이 대통령이 이날 “내년 한 해에 북한 핵 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말했고, 6자회담과 별개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남북 협상도 강조했다. 국방부 업무보고에서는 “대한민국은 전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도발 받을 때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 1차 목표는 전쟁 억제에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흡수통일 논의와 관련해서도 “논할 게 아니다”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순방 당시 “북한 주민들이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있다.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며 북한 체제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이 대통령의 대북 관련 발언을 보면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결과 대화 양쪽을 자주 넘나든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대북 강경론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바뀐 게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강한 안보를 유지하면서도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며 “다만 북한이 핵을 폐기할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돼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브리핑을 통해 “제재는 제재대로, 대화는 대화의 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 결국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대화 강조가 6자회담을 둘러싼 국제정세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음달 19일 미국과 중국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되면 6자회담과 관련한 진전된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 청와대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에 합의할 경우 이를 거부하기 힘들다. 이 대통령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 재개를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등 3개 외교안보 부처에 ‘뼈를 깎는 개혁’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에 “내년 한 해는 획기적 인력 배치나 인사 방향을 재정립하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통일부 관리들에게는 “통일부는 오랫동안 고유 업무보다는 경제부처가 해야 할 일을 해온 게 사실”이라며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 등을 지시했다. 국방부에는 “군은 전후 60년간 안주했다. 군 개혁은 자기 희생 없이 될 수 없다. 조직의 희생뿐 아니라 개인 희생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도영 이도경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