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정상들, 그바그보 대통령에 최후통첩 “자진사퇴 후 해외 망명하라”

입력 2010-12-29 18:32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권력이양을 거부하고 있는 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에게 28일(현지시간)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최후통첩이 전달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서아프리카 15개국으로 구성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차원의 통첩이다.

보니 야이 베냉 대통령,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 페드로 피레스 카보베르데 대통령 등 3개국 정상은 ECOWAS 대표 자격으로 이날 코트디부아르의 행정·경제 수도 아비장에 도착해 그바그보 대통령을 면담했고, ‘제3국 망명’을 제안했다.

현재 회담 결과에 대한 그바그보 대통령 측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바그보 측은 회담에 앞서 “외세의 내정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퇴진 요구에 불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ECOWAS는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그바그보 대통령이 퇴진 요구에 불응할 경우 ‘합법적 무력’ 사용을 경고했었다. 이들 3국 정상은 그바그보 대통령 면담에 앞서 최영진 유엔 코트디부아르 특별대표를 만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했고, 마지막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대통령으로 추인받은 대선 승리자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를 면담했다.

코트디부아르 사태는 지난달 28일 대선에서 진 그바그보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2일 선거관리위원회는 와타라 전 총리의 승리를 발표했으나 바로 다음 날 헌법위원회가 선관위 발표를 뒤집고 그바그보 대통령의 당선을 선포했고, 그바그보 측은 대통령 취임식을 강행했다. 와타라 전 총리도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면서 2명의 대통령이 공존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유엔과 EU, 미국 등 국제사회는 와타라 전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그바그보 대통령에겐 경제적 제재 등을 시사하며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군부를 등에 업은 그바그보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며 와타라 전 총리 지지자들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 16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로써 2002년 내전을 겪은 코트디부아르에 또다시 내전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내전으로 비화될 조짐에 코트디부아르 국민들이 속속 인접한 라이베리아로 탈출하는 등 국경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현지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2만여명이 라이베리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