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안낸 법규위반 차량까지도 할증 “보험사가 경찰청이냐” 소비자 불만

입력 2010-12-29 20:37


정부가 29일 발표한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대책은 당초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보험업계의 만성적인 적자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추진돼 왔다. 그 대상은 높은 사고율, 과잉수리, 과잉진료 해소였다. 그러나 관련 업계 반발로 자동차보험 수가 일원화와 정비수가 체계 조정안이 빠지면서 보험 소비자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는 대책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책에 따른 보험료 인상 억제효과에 대해 “측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보험료 인상요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의료업계와 정비업계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건보수가와 정비수가 제도 개선이 내년 상반기 과제로 밀리면서 높은 사고율을 주요 타깃으로 한 대책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초 보험료 할증이 되지 않는 차량수리비 기준을 200만원까지 올리는 선심대책으로 보험료가 올라가자 이번에는 1년도 안 돼 정률제로 바꿨다. 그동안 대부분의 운전자(88%)가 5만원의 자기부담금만 내면 차량 수리를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수리비의 20%, 최대 50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법규위반 할증 범위도 강화돼 보험사들이 부과하는 보험료 인상 요인이 커지게 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교통법규 위반에 따라 할증액이 늘어나는 부분은 선량한 가입자의 부담이 낮춰지는 몫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최고 할인율인 60%를 할인받고 있는 12년 무사고 운전자가 10%에 불과하고 6년을 더 무사고를 유지해 70% 할인을 받을 운전자는 5%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그 금액이 연간 21억원가량으로 미미할 전망이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이기욱 정책개발팀장은 “고객에게 혜택은 쥐꼬리만큼 늘리고 부담은 크게 지우는 개악안”이라며 “현재 12년간 무사고 시 최고 60% 할인되는 보험료가 이후 6년에 걸쳐 추가로 10% 포인트 할인된다 한들 소비자에게 돌아올 혜택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이정주 회장은 “사고가 나면 징벌적 차원의 할증을 부과하는 보험사가 사고도 나지 않은 법규위반 차량까지 할증을 하는 것은 보험사를 경찰청으로 착각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동안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자동차 보험료를 잇따라 인상해 빈축을 사 온 손해보험 업계는 판매비 억제 등의 부담만 질 뿐 늘어나는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