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수사 종료] 신상훈·이백순 불구속기소… 라응찬 전 회장은 무혐의
입력 2010-12-29 20:38
검찰이 29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로써 4개월여에 걸친 신한금융 사태 수사는 종료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신한은행 내부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신 전 사장이 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6∼2007년 ㈜투모로와 금강산랜드㈜에 438억원을 대출해 주면서 일선 지점장에게 10여 차례 압력성 전화를 걸고, 실무진의 의견을 묵살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적용했다. ㈜투모로는 2004∼2006년 3년 연속 적자였고 외부감사에서 ‘기업 존속능력 의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는 데도 신 전 사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신 전 사장은 2009년 5월부터 지난 7월까지 재일교포 주주 2명으로부터 3000만엔(3억6000만원) 등 8억6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이 이희건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15억6600만원을 횡령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명예회장 명의의 경영자문료 계약서와 신한은행 계좌개설신청서를 위조했다고 밝혔다.
이 은행장은 2009년 4월 재일교포 주주 1명으로부터 5억원을 받은 뒤 자금세탁을 거쳐 개인 대여금고에 보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 은행장이 2008년 2월 이 명예회장 경영자문료 3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추가했다.
수사 결과를 보면 대립각을 그었던 신 전 사장과 이 은행장 가운데 신 전 사장 범죄 혐의가 더 무거운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은 두 사람 모두를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향후 신한금융지주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이유를 “신한은행의 대외 신인도와 금융권의 충격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라 전 회장의 경우 차명계좌를 운용한 사실은 확인했으나 금융실명제법상 행정처분(과태료) 사안이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사법처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은 라 전 회장이 지난해 10월 이자를 포함해 56억원을 돌려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지난 9월 2일 신한은행 측이 전 은행장(신상훈)을 고소하면서 시작된 신한 사태는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이 검찰 수사 도중 불명예 퇴진하고, 이 은행장도 사의를 표명해 상처만 남긴 내부 권력 다툼으로 끝났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신한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신 전 사장과 이 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언급해 혼선을 만든 점은 검찰 수사의 생채기로 남았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