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구제역 잡힐까… 위기경보 최고단계 ‘심각’ 격상
입력 2010-12-30 01:03
정부는 29일 구제역에 대한 가축질병 위기 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조직해 본격 가동했다.
지난해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릴 때 중대본이 구성된 적이 있지만 가축 전염병으로 중대본이 꾸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한 달여 만에 5개 시·도, 29개 시·군의 60개 축산농가로 확산되면서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대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14조’에 따라 대규모 재난에 대한 관리를 총괄 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구로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는다. 중대본은 총괄조정, 홍보지원, 현장관리, 방역대책반 등 4개 실무반으로 편성돼 총괄 상황 관리와 부처 간 역할 분담 및 조정, 지자체 방역활동 지원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에도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지대본)’가 설치된다. 시·도 지대본은 발생상황 분석과 예찰 활동 등 구제역 발생에 따른 긴급 조치를 지원하며, 시·군·구 지대본은 매몰 처분과 현장 방역을 담당하게 된다.
그동안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은 ‘중앙구제역방역대책본부’는 ‘구제역중앙수습본부’로 전환돼 방역 활동에만 전념하게 된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연말연시 각종 모임은 물론 지역 축제도 자제하도록 각 지자체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전북 무주군은 무주읍내 남대천에서 내년 1월 8일부터 열기로 했던 제1회 얼음축제를 취소했다. 충북 영동군은 1월 2일 개장하려던 전국 최대 빙벽장(용산면 율리)을 폐쇄하고 1월 중순 이곳에서 개최하려던 전국빙벽등반대회도 취소했다. 제천시는 1월 22∼30일 열기로 한 ‘의림지 동계 민속대전’을 무기한 연기했다. 강원도는 횡성에 이어 홍천과 철원의 도축장을 폐쇄했고, 태백 원동재와 횡성 유현, 평창 계촌, 철원 월하 등 4개 도로에 대해 구제역이 끝날 때까지 차량 운행을 전면 금지했다.
한편 경북 영양군 입암면 신구리 방역초소에서 공무원 김경선(37·지방시설8급)씨가 초소 주변에 모래를 뿌리기 위해 1t 트럭을 운전하던 중 폭설과 한파로 얼어붙은 노면에 트럭이 미끄러져 뒤집히면서 숨졌다.
또 이날 충남 천안의 씨오리농장과 전북 익산의 씨암탉 농장에서 각각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들어와 방역 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이들 농장은 다른 농가에 부화와 번식을 위한 새끼를 공급하는 곳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