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 138개 사업장 사실상 재조정 … 대상 안밝혀 효과 의문

입력 2010-12-29 20:13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아직까지 보상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전국 138개 사업장 중 상당수 사업을 재조정한다. LH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사업 조정계획과 내부 구조조정 계획 등을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사업조정 지역을 밝히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업장 재조정과 내부 구조조정으로 돌파구 마련=전국 LH 사업장은 414곳으로 총 사업 규모가 425조원, 면적이 593.4㎢에 달한다. 이 중 276곳은 보상 절차가 끝났고 138곳은 지구 지정 등만 해놓고 아직 보상을 시작하지 않은 신규 사업장이다.

모든 사업을 추진하려면 연간 45조원의 사업비가 들지만 LH는 이 돈을 마련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연간 사업비를 30조원 줄이고 서민주거안정과 국가균형발전 등 주요 정책사업만 추진키로 했다. 나머지 사업은 시행자를 교체하거나 사업 재검토를 통해 지구 지정 제안을 철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을 뗄 예정이다.

보상이 완료된 276개 사업 가운데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64곳은 중장기적 수요 등을 따져 개발 방향을 재검토한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212곳은 공정률과 공사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일정 재조정을 통해 투자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LH는 경영정상화 방안에 내부 구조조정안도 담았다. 2012년까지 전체 인력 7367명의 25% 수준인 1767명을 감축하고 내년 임직원 임금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또 1, 2급 간부직원 74%도 교체한다. ‘10만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비리에 연루된 직원은 즉시 퇴출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감찰단과 지방감찰분소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중대형 분양주택 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집단에너지시설 3곳도 팔아 7000억원을 회수하기로 했다. 또 출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전사적으로 판매에 나서 28조6000억원에 달하는 비매각 토지·주택을 처분하기로 했다.

◇알맹이 없는 사업조정계획…실현 여부도 미지수=하지만 정작 어떤 사업장을 재조정할지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알맹이 없는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LH는 성남 대장과 김제 순동 지구 등은 지구 지정 제안이 철회됐고 안성뉴타운은 사업규모가 조정되는 등 30여곳에서 사업재조정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주 효천 지구는 사업방식이 변경됐고 진해마천 경제자유구역은 지역 자체가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돼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하지만 LH 관계자는 “관련 부처와 지자체, 주민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정확하게 어디의 사업을 포기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이지송 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 “보상을 시작하지 않은 138개 사업에 대한 규모 축소, 방식 변경, 시기 연기 등의 재조정 내용을 지자체 및 주민 협의를 거쳐 11월 말 이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든 사업장에 대해 일일이 백서를 발간해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발표시기를 넘긴 것은 물론 아예 이 약속 자체를 지키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재조정 명단 공개를 놓고 이번 기회에 다 공개하고 새 출발하자는 LH와 일방적으로 포기, 유예를 정할 수 없다는 정부가 첨예하게 맞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3일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LH가 사업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말해 미리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때문에 LH사업 지구에 속한 주민들의 반발과 정부 및 정치권의 압력이 계속될 경우 LH는 사업 재조정을 시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