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새벽, 이 풍경화 한 켠에 나를 그려 넣는다… KTX 타고 떠나는 동해안 일출여행

입력 2010-12-29 17:35


경인년(庚寅年) 호랑이해의 태양이 저물고 신묘년(辛卯年) 토끼해의 태양이 수평선 아래서 찬란한 부상을 준비하고 있다. 날마다 반복되는 해돋이지만 새해 첫 아침의 장엄한 해맞이는 가슴 벅찬 희망이자 감동이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해돋이 명소 중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동대구∼경주∼울산∼부산) 개통으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경주와 포항, 그리고 울산으로 해맞이 여행을 떠나본다.

울산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라는 말이 있다. ‘울산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는 뜻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의 간절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2011년 1월 1일 해돋이 시각은 오전 7시31분20초. 간절곶은 해가 남쪽으로 23.5도 기울어지는 동지를 전후해 한반도 최동단의 호미곶보다 1분4초 먼저 해돋이의 감동을 만날 수 있다.

먼 바다에서 볼 때 빨랫줄을 받치는 긴 간짓대(대나무 장대)처럼 보여 간절곶이라 이름 붙여진 서생면의 바닷가 언덕은 아담한 공원. 신라 재상 박제상의 부인이 두 딸과 함께 치술령에 올라 애절하게 남편을 그리워하다 망부석이 됐다는 삼모녀상을 비롯해 어부상, 토끼조각상이 여행객을 맞는다.

1920년부터 불을 밝힌 간절곶 등대는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다. 17m 높이의 팔각형 등대는 밀레니엄 행사 이후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2001년에 새로 세운 것으로 50㎞ 떨어진 먼 바다에서도 불빛이 보인다고 한다. 간절곶 등대 뒤의 솔숲에서 보면 등대와 해가 한눈에 보인다.

간절곶의 명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우체통. ‘간절곶 소망우체통’으로 명명된 5m 높이의 우체통에는 그리운 사람에게 사연을 띄울 수 있도록 엽서가 비치되어 있다. 인근에 드라마 ‘욕망의 불꽃’ 세트장도 있다.

간절곶 북쪽의 명선도(名仙島)도 해돋이 명소. 썰물 때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바닷길을 중심으로 맞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천둥처럼 장엄하다. 이밖에도 울산에는 방어진 대왕암, 정자리몽돌해변, 그리고 화암주상절리의 해돋이가 환상적이다.

경주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신라 문무대왕은 ‘한갓 재물만 허비하고 헛되이 사람을 고되게 한다’며 동산처럼 큰 왕릉을 거부했다. 그리고 죽어서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이 되겠노라며 화장을 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승하한다. 1300여년 전인 서기 668년 7월 1일의 일이었다. 왕의 시신은 화장을 한 후 대왕암으로 불리는 경주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의 바위에 묻혔다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대종천이 동해와 만나는 봉길리 앞바다에는 육지로부터 200m쯤 떨어진 곳에 바위섬이 하나 있다. 이곳이 바로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수중릉이다. 대왕암(문무대왕 수중릉)은 묘한 분위기를 내뿜는 바닷가 바위로 이견대(利見臺)에서 보는 대왕암의 해돋이도 이채롭다.

대왕암 해돋이는 웅장하면서도 장엄한 것이 특징. 햇살에 젖은 해무가 피어오르고 갈매기 떼라도 날아오르면 대왕암의 해돋이는 더욱 신비롭다. 때마침 봉길리 해수욕장의 몽돌해변에서는 만파식적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얀 파도가 쓸려나갈 때마다 몽돌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로 그 선율은 세상 어떤 악기와 목소리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천상의 화음이다.

월성원자력발전소 남쪽의 양남면 읍천리 해안가에는 부채 또는 꽃 모양의 주상절리가 최근 발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쿠페모텔 뒤편의 해변 초소 아래에 위치한 주상절리는 제주도의 주상절리가 수직 형태인데 비해 바다에 누워있는 평온한 모습이다. 거대한 꽃한송이가 바다에 떠있는 형태의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해가 뜨는 모습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포항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장기곶(호미곶) 해돋이를 나날이 나라의 뜻을 새롭게 하는 해돋이라고 묘사했다. 호미곶(虎尾串)은 동해안 해안선이 남으로 내달리다 호랑이 꼬리처럼 툭 튀어나와 곶을 형성한 곳으로 ‘상생의 손’ 엄지와 검지 사이로 뜨는 해가 장관을 연출한다.

호미곶은 2000년 1월 1일 새천년 밀레니엄을 축하하는 해맞이 축전이 열리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해돋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한반도 동쪽 끝에 위치한 호미곶은 동지 전후를 제외하고는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1999년에 설치된 ‘상생의 손’은 동서화합과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바다에는 오른손, 육지인 해맞이광장에는 왼손이 설치되어 있다. 황동으로 만든 두 손의 거리는 180m. 오른손의 높이는 8.5m, 왼손 높이는 5.5m이지만 두 손의 크기는 시각적으로 비슷하게 보인다.

호미곶 남쪽에 위치한 장기면 신창1리의 바위섬은 동해안이 꼭꼭 숨겨놓은 해돋이 명소. 호미곶에서 양포항 방향으로 달리면 신창1리에서 금곡교라는 다리를 만나다. 다리 아래를 흐르는 장기천이 동해와 만나는 해안에는 두 개의 잘생긴 바위가 있다.

‘날물치(생수암)’ 또는 ‘미역바위’로 불리는 바위는 해송 및 바다와 어우러진 모양새가 아름다워 ‘포항의 해금강’으로 불린다. 특히 이른 아침에 바위섬을 배경으로 해가 뜰 때는 수백마리의 갈매기가 날아올라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바위섬과 잇닿은 해변은 수천 마리의 갈매기가 해가 뜰 때 날아올라 장관을 연출한다.

울산·경주·포항=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