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대국 英, 더 나눈다… 현금 인출·쇼핑때 의향 묻고 자동결제
입력 2010-12-29 18:07
‘기부하시겠습니까? 동의하시면 50실링, 1파운드, 2파운드 가운데서 골라주세요.’
기부문화가 비교적 잘 정착된 영국에서 조만간 은행 입출금기로 돈을 찾을 때면 이런 메시지가 기기 화면에 뜨게 될 것 같다.
영국 내각사무처는 28일(현지시간)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신용카드 등으로 현금을 인출하거나 쇼핑 결제 때 소액기부 기회를 주고 자동 결제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발급 때도 소액기부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런 내용의 ‘국민 기부문화 장려 플랜’을 현실화하기 위해 내년 초 시스템 구축 방안을 금융사들과 논의한 뒤 곧바로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이 기부 플랜은 남미 빈국 콜롬비아를 벤치마킹했다. 콜롬비아에선 소액기부 때 금액과 기부 대상을 고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월 2만2000달러(약 2500만원)를 모은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영국은 기부액 순위 세계 8위이고, 국민 73%가 기부에 동참한다. 기부액이 연간 106억 파운드(18조7000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선 재정 긴축에 따른 파장을 기부나 자원봉사로 메우려는 술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사들 사이에선 거래 때마다 ‘기부 압력’을 받는 고객들의 볼멘소리를 우려한다. 프란시스 모드 내각사무처 장관은 “기부 활동을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사회문화로 만들고 싶다”며 “서로 돕는 문화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는 보다 따뜻하고도 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