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삼 목사가 추구하는 만나교회 비전… 대형교회 아닌 ‘좋은교회’ 만들기 헌신
입력 2010-12-29 17:52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 김병삼(47) 목사는 스스로를 ‘사생활이 없는 목회자’라고 말한다. 예를 들었다. 자신의 통장, 이메일, 스케줄을 부인은 물론 기사, 비서 등 교회의 핵심멤버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것. 그는 사생활 없는 삶을 “목사가 되는 순간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목사=공인’임을 깨달아서다.
2004년 이 교회 담임목사가 되면서는 교인들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들이 새 담임목사에게 바란 건 두 가지, 도덕성과 영성이었다. 도덕성은 돈, 이성, 명예가 판가름한다. 돈 문제는 이렇게 해결한다. 통장에 돈을 모으지 않고, 주례비나 강사료는 전부 교회에 헌금하거나 구제에 보탠다.
이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모든 것을 공개한다. 스토킹(그는 지금도 스토킹을 당한다고 했다)을 하거나 선물공세를 퍼붓는 여성이 있으면 설교 시간에 아예 이 사건을 공표하고 교인들에게 담임목사를 위한 기도를 요청한다. 최근엔 사무실 안의 침대도 치우고, 벽도 투명유리로 교체했다.
명예욕 역시 처음부터 버리겠다고 못 박았다. 담임목사 취임과 함께 교단정치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어떤 명예의 자리에도 앉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김 목사의 아버지 고 김우영 목사가 감리교 감독회장 선출 직전 뇌경색으로 소천했던 아픈 과거에 대한 결심이기도 하다.
이 같은 다짐과 실천 속에서도 그는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아직 제가 이 문제에 빠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니다’라고 결코 자신할 수 없습니다. 이 세 가지 문제는 저와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공통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2004년 1월, 만나교회 담임목사로 취임한 뒤 교인들은 매년 평균 1000명씩 늘어났다. 이렇게 몇 년만 더 하면 대형교회가 될 것 같았다. 그때였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공황장애는 그를 설교 강단에서 끌어내려 병원신세를 지게 했다. 2년 반의 투병은 그의 목회 방향을 바꿔놓았다. ‘대형교회가 아닌 좋은 교회를 만들자.’
이를 위해 우선 교회 문턱을 확 낮췄다. 교회 내 공간인 체육관, 카페를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지역 복지센터들 돕기에도 나섰다. NGO 월드휴먼브리지는 지난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아프리카 우물 파기, 미혼모 돕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NGO와는 성격이 다르다. 직접 구호에 나서기보다는 관련 NGO를 찾아 돕는다. 만나교회는 전도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난 한 해에만 2000명의 새신자들이 교회문을 두드렸다. 그 중 90%가 등록했다. 지역주민들에게 ‘만나교회는 좋은 교회’로 소문났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김 목사가 주창한 ‘좋은 교회로 가는 길’은 교인수를 늘리기 위한 전략일까. 김 목사는 내년 10월 만나교회 창립 30돌을 기념해 준비하고 있는 콘퍼런스를 소개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만나교회의 목회 노하우를 소개하는 것이다. NGO 사역, 지역 섬김, 다양한 예배는 물론 포스터 제작, 설교 준비 등 목회자들이 목회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뒀다. 여러 목회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더 깊은 좌절에 빠지는 걸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매년 1000교회씩 네트워크를 구성, 매달 만나교회의 목회 노하우를 DVD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역은 미국 내 한인 교회 대상으로도 진행된다. 이미 교재 번역도 끝냈다. 김 목사는 “이것은 더 좋은 교회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라며 “만나교회가 가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작은 교회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목회 노하우를 작은 교회와 나누는 것이 ‘좋은 교회’가 되는 결정판인 셈이다.
그에겐 비켜갈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목회 세습’ 논란이다.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그는 오히려 반문했다. “저 때문에 한국 교회에 좋은 모델이 제시된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아버지를 이어 아들이 담임목사 되는 데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요?” 그러면서 숨겨진 얘기를 들려줬다. 그의 담임목사 취임 당시 ‘세습’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인사가 몇 년 전 목회자들 모임에서 이를 공식 사과했다는 것. 그 인사는 지금 김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월드휴먼브리지의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목사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좋은 교회라는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만들어 한국교회의 부흥을 견인하는데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성남=김성원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