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분석] 대학가·도심, 원룸 등 ‘1인용 주택’ 증가… 소용량 제품 불티
입력 2010-12-28 21:38
서울 신촌에서 28일 만난 김모(30·여)씨는 “혼자 살아서 나쁜 것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했다.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는 김씨는 학교까지 거리가 멀어 2년 전 경기도 용인 본가에서 나왔다. 그는 “구두 수집이 취미여서 지난 10년간 모은 구두 200여 켤레를 원룸에 진열해 놓았다”며 “부모님과 살 때는 구두 수집을 아버지가 싫어해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지금은 이런 취미생활도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늘어난 싱글족, 달라진 문화=김씨처럼 부모 곁을 떠나 자취생활을 하거나 결혼 적령기가 돼도 결혼을 하지 않는 ‘싱글족’이 늘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대가족이나 핵가족 사회에서는 볼 수 없던 초미니 상품이 인기를 끌고 주거 형태도 변하고 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의 왕래가 많은 대학가나 도심의 경우 원룸, 오피스텔 등 ‘1인용 주택’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창천동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박종천(74)씨는 “학생들이 요즘은 대부분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해 종전 하숙집도 원룸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 마트에는 5개 묶음 라면 등 대형 포장이나 ‘1+1’ 형태의 상품 못지않게 작고 저렴한 ‘미니 상품’이 인기다. 이마트가 지난 10월 1일부터 40일간 난방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반 전기매트에 비해 크기가 3분의 1 정도인 ‘1인용 전기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나 증가했다.
이 외에도 수박을 잘라서 파는 ‘조각 수박’이나 ‘미니 과일팩’ ‘1인용 회’ 등도 출시돼 있다. 김진호 이마트 프로모션팀장은 “앞으로 ‘1인용 상품’의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돼 전국 전 매장에 소용량 제품 코너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혼자 사는 중·장년층도 증가=‘나홀로 가구’는 젊은 싱글족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자녀와 부인은 놔두고 홀로 귀농하는 등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중·장년층도 있다. 은행에 다니다 2008년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 내려가 배추와 감자, 시금치 농사를 짓고 있다는 전모(57)씨는 “직접 가꾼 채소를 먹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고 전했다.
중·장년층 1인 가구 중에는 뒤늦게 이혼을 선택해 ‘솔로 생활’로 복귀한 이들도 많다.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시민의 가족생활 통계’에 따르면 20년 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이 총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6%였으나 지난해 26%로 높아졌다.
혼자 사는 독거노인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사회적 부양비용 증가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평생 모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 각 분야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거노인의 경우 빈곤층이 많은 데다 숫자 역시 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이용상 최승욱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