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저임금 대폭 인상 파장… 저임금 노린 우리 기업들 진퇴양난

입력 2010-12-29 00:25


중국의 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의 제품가격이 오르게 되고, 저렴한 중국 수입품으로 국내 물가를 안정시킨 순기능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낮은 임금 때문에 중국으로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현지의 임금 널뛰기에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현지 노동력을 줄이면서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 수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월 최저임금을 내년부터 20.8% 인상한다는 28일 베이징시 발표에 대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현지 업체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있기 때문에 당장 타격받는 것은 없다”면서도 임금 상승 추세의 장기화를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중국에서 82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주면서 영업을 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 특별한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떤 부차적인 영향이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임금 문제로 노동자 소요 사태를 겪은 영원무역 측은 “칭다오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데 기존 임금이 현지의 다른 업체들보다 높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소 IT 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주고 있지만 물가도 많이 올라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임금을 인상해달라는 압박이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영세한 섬유 업체들 중에선 비용 상승을 견디지 못해 중국보다 임금인상 속도가 더딘 동남아 지역으로 사업장을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국의 가파른 임금 인상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인민대학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도시화와 산업화 영향으로 임금이 올랐으며 임금 결정 방식도 생활비 기준에서 협상 기준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임금은 향후 5년간 급격히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거세지는 파업도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이다. 일례로 지난 8월 베이징 외곽 경제개발구에 있는 롯데식품유한공사에선 근로자 100여명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3일 동안 파업을 벌여 한때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최근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위크는 중국에서 생산비 부담이 늘면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잔류냐 이전이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임금과 연료비 상승, 환율 변동으로 중국이 갖고 있던 이점이 사라짐에 따라 공장주 수천명이 광저우·선전 중심의 주강 삼각주를 떠나고 있다”면서 “숙련된 근로자와 내수시장을 놓칠 수 없는 기업들은 잔류하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는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천지우 권지혜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