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감청 연장은 사생활 과도한 침해” 헌법재판소 결정
입력 2010-12-28 21:48
감청 기간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서울중앙지법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통신비밀보호법 6조 7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 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2(단순위헌)대 3(합헌)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만 해당 조항을 즉시 무효화할 경우 우려되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법 개정 때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존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개정 시한은 2011년 12월 31일이다.
헌재는 “법원이 통신제한조치 기간 연장이 남용되는 것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통신제한조치 기간 연장에 사법적 통제 절차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남용으로 인한 개인의 통신비밀이 과도하게 침해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제한조치의 총연장 기간이나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계속해서 통신제한조치가 연장될 수 있도록 한 해당 법 조항은 최소침해성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통신제한조치 기간 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횟수나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수사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당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통비법 6조 7항은 수사상 통신제한조치(감청) 기간이 2개월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하면 2개월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연장 횟수는 제한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72) 의장 등 간부 3명에 대한 재판 도중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감청기간을 14차례 연장해 사생활 비밀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씨는 2003부터 지난해까지 재일 북한공작원과 수십 차례 연락하면서 지령을 받고 대남투쟁 선동문을 접수해 전파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